160경기 만에 첫 우승의 꿈을 이룬 윤채영(27·한화)이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활짝 웃었다. 9년이나 기다려온 우승이기에 더 감격적이고 짜릿했다.
윤채영은 20일 제주 오라골프장 동·서코스(파72·6522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5억원·우승상금 1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에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일궜다.
9년이나 기다려온 우승이지만, 쉽게 오지 않았다. 11언더파 205타로 경기를 끝낸 윤채영은 김해림(25·하이마트), 장수연(20·롯데마트)과 함께 연장전에 돌입했다. 공교롭게도 3명 모두 우승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었고, 18번홀(파4)에서 펼쳐진 연장전 동안 긴장감이 맴돌았다.
숨 막히는 순간, 윤채영의 7번 아이언 샷이 빛났다. 140야드에서 친 2번째 샷을 홀 80cm에 붙여 승기를 잡았다. 김해림도 1.5m에 붙여 버디 기회를 만들었지만, 아쉽게 홀을 빗나가 우승을 날렸다. 윤채영은 버디 퍼트를 놓치지 않으면서 대회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우승이 확정되자 뜨거운 눈물을 쏟아낸 윤채영은 “울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축하를 받으니 눈물이 났다. 나도 첫 우승을 원했지만, 부모님의 마음도 나 못지않으셨을 것이다. 그래서 더 눈물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 정규투어에서 활동을 시작한 윤채영은 늘 상위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상금랭킹 41위까지 추락했다. 그게 윤채영을 단단하게 만드는 터닝포인트가 됐다. 지금까지는 ‘기회가 오겠지’라는 마음으로 기다렸지만, 착각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승은 더 멀어져 갔고, 해마다 더 강한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그녀의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윤채영은 “지금까지는 ‘나에게도 우승의 기회가 오겠지’라는 마음을 가졌었다. 그러나 지난해 기다리지 말고 반드시 우승을 해야 한다는 독한 마음을 갖게 됐다”며 “요즘 후배들을 보면 너무 쉽게 포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도 9년이나 걸렸다. 인내하고 기다리면서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며 힘들었던 순간을 돌아봤다. 이어 “첫 우승을 했다고 해서 올해 몇 승을 더 하겠다고 말하는 건 욕심인 것 같다. 그러나 이 기쁨을 올해 안에 한 번 더 느껴보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한편 공동 14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박인비(26·KB금융그룹)는 이날 홀인원을 포함해 5타를 줄이며 합계 10언더파 206타를 쳐 공동 4위에 올랐다. 박인비는 21일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