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대표 해외전훈 마치고 귀국… 거친 뉴질랜드 대표팀과 1승 2패
亞경기 가상 이란전 흡족할 성과… 25일부터 대만 등 4차례 평가전
시차 계산을 꼼꼼히 못한 건 기자의 실수였다. 19일 밤 뉴질랜드 전지훈련 중인 유재학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 감독(사진)에게 휴대전화를 했을 때였다. “현지 시간은 오전 2시입니다.” 자상한 목소리의 자동 로밍 안내 멘트를 듣는 순간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곧이어 귀에 익은 유 감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안 잤다. 새벽 비행기로 귀국하게 돼 아마 밤을 새울지도 모르겠다. 지난 훈련을 결산하며 대표팀 엔트리 구성을 생각하고 있었다.”
20일 귀국한 유 감독은 지난 1주일 동안 대표팀을 이끌고 뉴질랜드 대표팀과 3차례 평가전을 치렀다. 심판 판정의 불리함 같은 홈 텃세 속에서 대표팀은 1승 2패라는 결과를 얻었다. 이를 떠나 8월 스페인 농구 월드컵과 9월 인천 아시아경기에 대비해 만족스러운 훈련 성과를 얻었다는 게 유 감독의 분석이었다. “뉴질랜드 대표팀은 다부진 체격에 거칠고 몸싸움이 강했다. 연습 상대로는 훌륭했고 아시아경기에서 맞붙을 이란과 비슷했다. 우리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했다.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지난 시즌 국내 프로농구에서 모비스를 2년 연속 챔피언으로 이끈 유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악재에 시달렸다. 당초 전력 향상을 위해 추진하던 외국인 선수 귀화가 무산됐다. 기대를 모은 가드 김민구가 음주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것을 비롯해 부상 선수가 쏟아졌다. 진천선수촌에서 흐트러진 대표팀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해 고심했던 유 감독은 “압박 수비와 빠른 공격이 두 가지 중점사항인데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 코트에서 쉴 새 없이 뛰어다녀도 될 만큼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 수비 조직력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김선형의 수비 능력이 향상됐다. 김종규의 수비 시야가 넓어지고 미들슛 능력이 좋아진 것도 수확”이라고 평가했다. SK 김선형과 LG 김종규는 지난 시즌 모비스와 3강 구도를 이룬 라이벌 팀의 간판스타. 대표팀에서 닦은 실력으로 다음 시즌 국내 리그에서 모비스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이른바 부메랑 효과가 일으킬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유 감독은 “대표팀이 국제무대에서 잘해야 한국 농구도 사는 길 아니겠는가. 거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 월드컵에서 앙골라, 호주, 슬로베니아, 리투아니아, 멕시코 등과 맞붙은 뒤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12년 만의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22일부터 훈련을 재개하는 유 감독은 “하승진, 김태술, 허일영을 합류시켜 컨디션을 점검할 계획이다. 조만간 대표팀 17명 가운데 12명 출전 선수를 확정지어 훈련 집중도를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이번 주부터 대만, 뉴질랜드 대표팀과 4차례 국내 평가전을 치른다. TV 중계까지 예정돼 있어 농구 비시즌에도 새로운 관심이 집중되게 됐다. 아시아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의 금메달을 이끌었던 감독 출신인 김영기 한국농구연맹 총재와 방열 대한농구협회 회장의 협력과 남다른 지원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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