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탈퇴 시련 딛고 제주 거쳐 포항 임대 황감독 조련에 후반기 드디어 잠재력 폭발 3G 연속 공격포인트…이명주 공백 메워
‘화수분야구’로 유명한 프로야구 두산은 2000년대 중반부터 프리에이전트(FA)로 풀린 주축선수들을 잃는 와중에도 유망주를 키워 팀 전력의 누수를 방지해왔다. 고액의 FA 영입 없이도 팀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이처럼 유망주 육성이 최상책이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선 포항 스틸러스가 ‘화수분축구’의 선두주자다. 월드컵 휴식기 동안 팀의 중심이었던 이명주(24·알 아인)를 잃었음에도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후반기 포항의 중심에는 강수일(27)이 있다. 그는 최근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포항의 새로운 공격옵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 ‘만년유망주’, 포항의 희망이 되다!
강수일은 프로 8년차의 베테랑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소속이던 2008년 2군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그의 성장 그래프는 좀처럼 상승폭을 키우지 못했다. 오히려 성실하지 못한 훈련 태도 때문에 눈 밖에 났고, 2010년에는 음주사건에까지 휘말려 임의탈퇴선수가 됐다. 2011년 박경훈 감독의 부름을 받아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고, 급기야 올 시즌 초 포항으로 임대됐다.
임대 당시만 해도 큰 기대를 모으지 못했지만, 황선홍 감독을 만나면서 후반기 들어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데 성공했다. 12일 울산현대전에서 2도움을 기록하며 팀에 후반기 첫 승(2-0)을 안긴 강수일은 16일 FC서울과의 FA컵 16강전에선 1-2로 뒤진 연장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어 20일 부산 아이파크전에서도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이명주의 이적으로 공격력에 타격을 입은 포항으로선 강수일의 활약이 가뭄 끝의 단비와도 같다.
● 황선홍 감독 “만족은 없다. 더 성장해야”
최근 강수일의 활약은 자신의 노력과 더불어 황선홍 감독의 지도가 어우러진 결과다. 강수일은 “지난 7년간 개인운동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골이 안 들어가는 것에 대해선 ‘때가되면 들어가겠지’라는 생각이었다. 포항에 와서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부족한 골 결정력을 높이기 위해 슈팅연습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최근 골은 운이 좋았다.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이런 강수일에게 황 감독은 “공격수는 골 흐름을 탈 때가 있다. 그 흐름을 얼마나 길게 가져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아직 만족해선 안 된다. 자신의 감춰진 능력을 한 꺼풀 더 벗겨내야 한다”며 분발을 주문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강수일과 포항의 임대계약은 끝난다. 그러나 자신의 진로에 대한 걱정은 뒤로 미뤘다. 그는 “시즌 후의 일은 당장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며 현재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포항과 황선홍 감독을 만난 강수일은 어쩌면 ‘물 만난 고기’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