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전 체인지업 대신 고속 슬라이더 매커친 이어 산체스·마틴 헛스윙 삼진쇼 다저스 중계해설자 “커쇼 비해 손색없다” 4회 후엔 낙차 큰 커브로 상대 타선 꽁꽁
‘체인지업의 마술사’ 류현진(27)의 주무기가 바뀌었다.
류현진은 22일(한국시간)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서 최고 구속 150km의 강속구를 마지막 이닝인 7회까지 꾸준히 던졌다. 직구가 위력적이었지만 이날 던진 98개 중에서 직구는 43개로 44%에 그쳤다. 직구 구사 비율이 55∼60%에 달했던 평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류현진의 세컨드 피치는 체인지업이 아니었다. 체인지업은 17개를 던져 슬라이더(19개)와 커브(19개)보다 적었다. 슬라이더는 대부분 140km를 상회했다. 스피드가 직구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오른쪽 타자 무릎 쪽으로 뚝 떨어지며 휘어지는 슬라이더에 상대 타자들이 맥을 추지 못했다.
특히 1회말 내셔널리그 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앤드류 매커친과의 대결이 일품이었다. 볼카운트 1B-2S에서 141km짜리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낸 것. 2회말에도 선두로 나선 4번 가비 산체스에게도 같은 공을 던져 삼진으로 처리했다. 이어 2사 후 러셀 마틴을 상대로 같은 구종으로 세 번째 삼진을 잡아내자 다저스 중계 해설을 하고 있는 오렐 허샤이저는 “볼의 움직임이 환상적이다. 류현진의 빠른 슬라이더가 클레이튼 커쇼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이 높게 형성되며 2점을 빼앗긴 4회 이후로는 커브의 구사 비율을 크게 높였다. 11개의 공을 던진 5회에는 커브가 4개나 됐다. 마지막 이닝이 된 7회에도 18개 중 무려 7개가 커브였다. 3점 차를 극복하기 위해 7회말 선두 타자로 나선 마틴은 풀카운트 접전을 벌이며 류현진을 괴롭혔지만 땅바닥으로 꽂히는 낙차 큰 커브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특정 투구에 의존하지 않고 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모두 위력적으로 던진 류현진을 공략하기에 파이어리츠 타선은 역부족이었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첫 승과 20번째 승리 제물이었던 파이어리츠는 또 다시 25번째 승리를 헌납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