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 팀 응원하세요?” 응원팀 지면 건강도 나빠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4일 16시 45분


"왜 그런 팀 응원하세요?"

참 오래 저를 따라다닌 질문이었는데 지난해부터는 이렇게 묻는 분이 잘 없습니다. 야구를 취재하게 되면서 응원팀 의미가 퇴색한 게 제일 큰 이유겠지만 제 응원팀이 성적과 인기 모두 좋아진 것도 영향을 줬을 겁니다.

제 응원 팀은 꽤 긴 시간 동안 성적이 형편없는 팀이었습니다. 소설가 박민규 씨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소설에서 "어떤 의미에서는 용의주도하게 진다고도 말할 수 있겠으나, 더 정확한 표현을 빌리자면 주도면밀하게 진다고도 말할 수 있고, 쉽게 말하자면 거의 진다고 할 수 있겠다"고 묘사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그 때는 빙그레(현 한화) 팬들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주황색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홈런을 펑펑 쏘아 대던 장종훈, 1991년 한국시리즈 때 8회 2아웃까지 퍼펙트를 기록하던 송진우를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한화가 최근 6년 동안 '용의주도하고 주도면밀하게'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그때 아로새긴 '이글스 DNA'는 여전히 한화 팬들의 핏줄 속에 흐르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DNA는 건강에도 영향을 줍니다. 응원 팀 성적이 나쁘면 건강도 나빠진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지난해에도 프랑스 유럽경영대학원(INSEAD) 연구진은 응원팀이 패하면 포화지방 섭취율이 16%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죠. 그러니까 한화 팬들이 한밭구장에 등장한 팬봇(팬+로봇)을 보고 "로봇은 암에 걸리지 않으니까"라고 자조적인 반응을 보이는 게 영 허튼 소리는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한화 야구를 보면서 '농약 야구'라고 자조하는 것보다 강팀을 응원하는 게 건강에는 이득일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잘하는 야구팀도 전체 경기 중 3분의 1은 패합니다. 그리하여 야구팬이 된다는 건 사실 패배와 실패에 익숙해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일본 프로야구 만년 하위 팀 야쿠르트의 명예회원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씨가 "야쿠르트를 응원함으로 해서 얻을 수 있었던 자질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바로 패배에 대한 관대함이다. 지는 것은 싫지만 그런 일을 일일이 마음에 깊이 묻어두고 있다가는 도저히 오래 살아남지 못하리라는 체념"이라고 쓴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응원 팀을 고르는 데도 실패한 건지 메이저리그에서는 86년 동안 우승하지 못했던 보스턴을, 일본에서는 79년 팀 역사에 니혼이치(일본시리즈 챔피언)는 한번뿐인 한신을 응원합니다. 그래도 보스턴 팬들이 응원가로 쓰는 '테시(tessie)'의 가사 중 "팬들은 절대 실수하지 않는다"는 말에 괜히 울컥하고, '한신 타이거스의 노래'에 나오는 "승리에 불타는 영광의 왕관"이라는 표현이 참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그게 야구팬으로 야구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방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응원하는 것 말입니다.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라는 책을 읽다가 "헌신적인 선수에게 야구는 게임이라기보다는 삶의 방식이다. 오랜 세월을 훈련하고 시험받고 발전하는 데 바치겠다는 약조이다"라는 말에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인 이유입니다.

어디 선수만 그렇겠습니까. 한 번 더 하루키 씨의 말을 인용하면 '단 한 차례의 우승이라도 오징어 씹듯이 10년 정도는 즐길 수 있으니' 곧 '그 날'이 오리라 믿으면서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수밖에요.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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