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이 마침내 다시 기지개를 켰다. 현역 최고의 거포인 넥센 박병호(28)가 후반기 첫 홈런을 신고했다. 침체됐던 홈런 레이스에 다시 불을 붙이는 시즌 31번째 대포다.
박병호는 27일 문학 SK전에서 첫 타석부터 기분 좋은 선제 3점포를 작렬했다. 0-0으로 맞선 1회 1사 1·2루에서 SK 선발 고효준의 5구째 직구(141km)가 한가운데로 높게 들어오자 놓치지 않고 잡아당겼다.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 가는 비거리 130m짜리 대형 아치였다.
스스로도 속이 시원했을 터다. 박병호는 전반기 막바지에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이 경기 전까지 7월 타율이 0.159(44타수 7안타)에 불과했을 정도다. 전매특허인 홈런 역시 단 한 개 뿐. 올해 가장 페이스가 처졌던 4월에도 타율 0.284에 6홈런으로 ‘선방’은 했던 박병호다. 시즌 중반 갑자기 찾아온 슬럼프는 그래서 더 깊어 보였다. 결국 11일 목동 NC전에서 2012년부터 이어온 전 경기 4번타자 선발출장 기록이 깨졌고, 전반기 마지막 5경기에서도 안타를 단 하나밖에 치지 못했다.
후반기 첫 경기도 썩 좋지는 못했다. 26일 문학 SK전에서 타점 없이 4타수 1안타로 물러났다.그러나 박병호는 하루 만에 힘을 되찾았다. 상대 투수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다시 큼직한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 보냈다. 박병호의 전매특허인 ‘벼락같은 홈런’이었다.
박병호가 다시 날아오르자 환상의 콤비인 강정호도 같이 날았다. 넥센이 7-4로 앞선 5회 무사 1루서 박병호가 좌전 안타로 1·2루 득점 기회를 이어갔고, 강정호가 곧바로 좌월 3점홈런(시즌 27호)을 작렬해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박병호와 강정호의 한 경기 동반 홈런은 올 시즌 넥센의 가장 확실한 승리 방정식이기도 하다. 이날을 포함해 총 12경기에서 9승 1무 2패(승률 0.818)를 기록하고 있다.
박병호는 경기 후 “후반기 두 번째 경기인데 시작이 괜찮은 것 같다”면서 “전날 경기에서 많은 기회가 내 앞에 왔는데 살리지 못했던 게 머리 속에 계속 남아 있었다. 오늘은 출루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왔다”고 털어 놓았다. 또 “현재 강정호가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찬스를 연결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끔씩 상대 투수들의 실투가 들어오면 홈런을 칠 때도 있겠지만, 팀 득점을 위해 계속 기회를 이어주는 역할에도 충실하고 싶다”고 몸을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