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지인이 권유했고 유치위원장 때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한테 조직위원장을 맡겠다고 약속한 것도 있어서 위원장직을 수락했습니다. 군복무 시절을 강원도에서 보냈습니다. 강원도에 콘도도 샀고….”
3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겨울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10차 위원총회’에서 새 조직위원장으로 선출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5)의 마음은 이미 강원도에 있다. 조직위원회 재적위원 120명 중 총회에 참석한 93명은 만장일치로 조 회장을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임기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최종 승인이 난 뒤부터 2년간이다. 조 위원장은 2009년부터 2년간 평창겨울올림픽 유치위원장으로 활약했다.
조 위원장이 강조한 것은 “막힌 곳을 뚫겠다”였다. 그의 표현대로 조직위원회는 숨통이 막혀 있다. 특히 마케팅을 통한 재원 확보가 시급하다. 조직위 관계자에 따르면 대회를 치르는 데 필요한 비용은 총 2조 원으로 추산된다. IOC가 8500억 원을 분담하고 나머지는 조직위가 마련해야 한다. 조직위는 스폰서십 체결로 8000억 원을 마련하고 입장료와 기념주화 등 각종 수익사업으로 나머지를 충당할 계획이다. 그러나 조직위의 스폰서 유치 실적은 미미하다. 후원사를 본격적으로 구하러 나선 지 1년여 만인 지난달에 겨우 KT, 영원무역과 후원계약을 체결했다.
조직위는 필요한 8000억 원 중 20% 정도의 재원만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위원회는 당장 필요한 돈이 없어 지난달 2일 609억 원의 자금을 은행권에서 대출하기로 했다. 정부는 경기장 등의 인프라 건설과 조직위원회에 파견된 정부 인력의 인건비 예산을 지원할 뿐이다. 그룹 회장으로서의 마케팅 능력과 수완을 발휘해 줄 것이라는 기대 속에 조 위원장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빨리 현안을 파악해서 성공적인 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조직위원회 자체의 조직관리도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강원도, 대한체육회 등 다양한 부처에서 파견된 인력으로 조직위원회가 꾸려지면서 내부 혼선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조 위원장은 “많은 사람을 만나 소통하겠다. 각자 자신의 업무에 대한 결정권한과 책임을 갖고 일하도록 하는 것이 경영의 기본이다. 조직위원회 운영도 마찬가지다. 이런 방침에 따라 운영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위원총회에 초청인사로 참석한 새누리당 권성동, 염동열 의원이 조직위원장 내정 과정을 둘러싼 정부의 혼선을 질타했다. 이들은 정부가 최근 체육행정 쪽과는 무관했던 정창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내정했다가 체육계의 반발로 무산된 점 등을 거론하며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을 향해 “강원도 축제를 흔들려는 것이냐. 강원도 내에서는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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