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감독들 세밀한 옵션까지 확인 가삼현 전 총장 이후 협상력 바닥 김동대 국제담당 부회장 역할 중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지난달 31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회의를 열고 차기 국가대표 사령탑 후보를 외국인 감독 3명으로 압축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대륙별 선수권과 월드컵 지역예선 출전, 월드컵 본선 16강 이상 성과, 어학(영어) 능력 등 8가지 조건에 부합되는 해외 감독 3명을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62·네덜란드)를 비롯한 여러 감독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가운데 축구계의 시선은 이번 주부터 본격화될 축구협회와 후보군 간의 물밑협상에 모아지고 있다.
● 협상전문인력 없는 축구협회
그러나 현실적 고충이 있다. 수십억 원에 이르는 후보들의 높은 몸값은 차치하더라도, 축구협회의 빈약한 인력 풀(pool)이 미덥지 못하다. 한국축구가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는 것은 2007년 대표팀을 떠난 핌 베어벡(네덜란드) 이후 7년 만이다. 협상시기까지 고려하면 8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2006 독일월드컵 당시 대표팀 수석코치를 지낸 베어벡은 곧바로 감독직을 이어받아 협상에 오래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현재 축구협회에는 마땅한 협상 전문가가 없다. 과거에는 가삼현 전 축구협회 사무총장이 외국인 감독 영입 협상을 진두지휘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 영입, 원정 첫 승의 기쁨을 안긴 2006독일월드컵의 딕 아드보카트 감독 선임을 이끈 것도 가 전 총장이었다. 국제업무를 총괄한 가 전 총장은 계약에 깊숙이 관여했고, 다양한 옵션들을 두루 점검하는 외국인 감독들의 깐깐함을 능수능란한 협상력으로 잘 풀어갔다.
가 전 총장이 2009년 현대중공업으로 복귀한 이후 축구협회의 국제행정력은 크게 하락했다. 2011년 1월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이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선거에서 낙마하면서 한국축구의 국제영향력도 떨어졌다. 조중연 회장 체제가 막을 내린 뒤 정몽규 회장의 현 집행부가 들어섰지만, 국제행정력은 검증 받지 못한 상태다. 김주성 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사무총장 등 아시아 및 국제축구계에 알려진 인사들마저 변방으로 밀려났다.
● 협상 테이블은 누가?
축구협회는 정몽준 회장 때부터 국제행정에 참여한 김동대 국제담당 부회장을 내세워 후보군과 협상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국제국 직원들이 필요한 실무작업을 맡겠지만, 김 부회장 등 수뇌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김 부회장은 가 전 총장 같은 협상전문가는 아니다. ‘밀당(밀고 당기기)’ 등 다양한 협상전략을 통해 현실적(금전적) 격차를 좁혀나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과거 외국인 감독 선임 과정에 참여한 한 축구인은 “외국인 감독들은 세밀한 옵션까지 확인한다. 협상전문인력이 없다는 건 축구협회가 감독 후보는 물론, 그를 추천한 에이전시에게 협상 내내 끌려다닐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협상 시점과 관례, 추가 옵션까지 모두 챙겨야 국제적 망신을 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축구인은 “우리가 아는 감독들은 당연히 다른 국가의 관심도 함께 받는다. 당연히 접촉 과정에서 서로를 비교할 수도 있다. (감독) 영입경쟁에 뛰어든 상대가 누구인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등 동향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