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현대와 수원삼성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19라운드 경기가 열린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전운 가득한 그라운드의 열기는 굉장히 뜨거웠다. 한국프로축구를 대표하는 최고 명가들답게 양 팀은 일진일퇴 공방으로 스탠드를 메운 관중(1만8696명)의 탄성을 자아냈다.
18라운드까지 상승세를 탄 1위와 3위의 싸움이었다. 전북이 10승5무3패(승점 35)로 1위, 수원이 9승5무4패(승점 32)로 3위였다. 그러나 모두가 승자가 될 수는 없는 법. 결국 승리는 전북이 챙겼다.
드라마틱한 흐름의 시작을 알린 이도, 마지막 방점을 찍은 이도 모두 K리그 최고의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35·전북)이기에 의미는 더욱 컸다. 전매특허 ‘발리슛’은 터지지 않았지만, 헤딩골 2방으로 전북에 3-2 승리를 안겼다. 이동국은 득점랭킹 공동선두로 올라섰고,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한 명승부에서 웃은 전북은 승점 38로 선두를 굳게 지켰다.
● 전설을 만드는 전설
‘이동국의, 이동국에 의한, 이동국을 위한’ 하루였다. 이날 전북 구단에서 마련한 메인 이벤트부터 ‘이동국이 쏜다’였다. 이동국은 미니 치킨세트 3000개를 자비를 들여 준비했다. 선착순으로 나눠준 노란 치킨 포장지에는 스타의 정성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동국은 자신의 날에 걸맞은 만점 활약을 펼쳤다. 출발부터 좋았다. 전반 23분 첫 골을 꽂았다. 지난달 20일 상주상무전(6-0 승)에서 골맛을 본 뒤 최근 2경기 내리 침묵했던 그는 최철순이 상대 문전 오른쪽에서 띄운 크로스를 큰 포물선을 그린 헤딩골로 연결했다.
완전히 ‘감’을 찾은 이동국은 후반에도 일을 냈다. 2-2로 팽팽히 맞선 후반 22분 이승기의 측면 패스를 헤딩으로 마무리했다. 득점이 곧 K리그 통산 최다골 신기록인 그는 올 시즌 9호이자, 개인통산 163호 골(367경기 출전)을 만들어냈다. 두 팔을 크게 벌리고 유유히 뛰는 골 세리머니에선 승리에 대한 확신과 여유가 넘쳤다.
‘세상 그 어떤 것도 나를 흔들 수 없다’는 그의 자서전 제목 그대로 누구도 이동국을 흔들 수 없었다. 5번의 유효 슛에서 나온 2골은 완벽했다. 이동국은 “기록과 득점왕은 의식하지 않는다. 경기 전부터 느낌이 좋았다. 흐름을 계속 잇고 싶다”고 밝혔다.
● 상승세와 징크스가 어우러진 빅뱅
양 팀 모두 승승장구해왔다. 전북은 최근 7경기 무패(4승3무), 수원은 3연승으로 기세를 올렸다. 더욱 재미있는 대목은 최근 3경기 상황. 전북은 3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이었고, 같은 기간 수원은 3경기 9득점을 몰아쳤다.
여기에 또 다른 포인트도 있었다. 징크스였다. 한쪽은 깨야 했고, 다른 한쪽은 지켜야 했다. 전북이 전자였다. 2009년 우승을 기점으로 수년간 좋은 성과를 냈던 전북이지만, 수원만 만나면 유독 작아졌다. 역대 전적 15승18무28패, 최근 2무4패로 열세였다.
더욱이 수원은 이전 18라운드에서 당시 1위 포항 스틸러스를 4-1로 완파하며 세찬 기운을 내뿜었다. 수원 서정원 감독은 “1위(포항)를 꺾었더니 또 1위(전북)를 만난다. 우리가 포항전을 준비한 것처럼 전북이 했을 것”이라며 복잡한 심경을 에둘러 드러냈는데, 결국 전북이 이겼다. “내용과 질이 중요해도 오늘만큼은 이기는 경기를 해야 우승에 가까워질 수 있다”던 전북 최강희 감독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