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평가’ 류현진, 커쇼-그링키와 비교해 부족한 점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1일 14시 32분


미국 프로 스포츠에서 자주 언급되는 게 '과대평가(overrated)'와 '과소평가(underrated)'다. 선수 및 감독 뿐 아니라 팀도 해당된다.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의 댈러스 카우보이스는 대표적인 과대평가 팀으로 꼽힌다. 댈러스의 마지막 슈퍼볼 우승은 18년 전인 1996년이다.

이제는 살아있는 전설이 된 뉴욕 양키스 유격수 데릭 지터도 오랫동안 과대평가됐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명문 뉴욕 양키스라는 우산 아래서 월드시리즈 5차례 우승 멤버가 되면서 기량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지적이 많았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아메리칸리그에는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 노마 가르시아파라(보스턴), 미겔 테하다(오클랜드) 등 쟁쟁한 유격수가 많았다. 이들과 비교하면 지터의 공격력이 가장 처졌다. 하지만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로드리게스와 테하다는 약물의 힘을 빌렸다는 게 드러났다. 가르시아파라는 잦은 부상으로 가장 먼저 현역에서 물러났다.

LA 다저스 류현진은 지터와 달리 과소평가된 선수다. ESPN 베이스볼 투나잇의 해설자 덕 글랜빌(44)은 "류현진은 다저스 마운드에서 가장 Underrated된 선수"라고 단언했다. 텍사스에서도 활동한 글랜빌은 명문 아이비리그 펜실베이니아 대학 출신이다. 말 재주와 글 솜씨도 겸비해 뉴욕 타임스 객원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한다. 글랜빌은 "다저스에서는 현역 최고의 투수 클레이튼 커쇼가 있고 사이영상 수상자 잭 그링키가 있어 류현진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파묻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기량은 메이저리그의 정상급 투수다. 고비마다 팀을 승리로 이끌고 있는 스토퍼 역할을 한다"며 LA 에인절스전 승리 이후 이 같은 칭찬을 했다.

류현진(13승 5패·평균자책점 3.21)은 올해 두 차례 대량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이 커쇼(14승2패·1.78)와 그링키(12승8패·2.84)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다. 하지만 시즌 초반 에이스 커쇼의 공백을 너끈히 메웠다. 최근 5경기에서 4연승을 질주하면서 팀이 선두를 고수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지난달 28일 샌프란시스코전은 후반기 순위 다툼의 첫 번째 분수령이 되는 경기였다. 4-3 승리를 이끌면서 라이벌 샌프란시스코전 싹쓸이와 함께 선두에 올라서는 발판을 마련했다. 다저스는 11일(한국시간) 커쇼의 8이닝 1실점 호투로 밀워키를 상대로 2연패를 끊으면서 이날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또 패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4.5 경기 차로 따돌렸다.

류현진이 과소평가를 받는 이유는 일단 명성에서 커쇼와 그링키에 뒤진다. 커쇼는 올해도 사이영상이 유력하다. 다저스 투수로는 '황금 왼팔' 샌디 쿠팩스 이후 이미 두 번 사이영상을 받았다. 그링키도 2009년 사이영상을 받은 데다 6년 1억 4700만 달러 계약으로 역대 오른손 투수 가운데 최고 몸값을 자랑한다. 또 하나가 선발투수로서의 이닝 피칭과 삼진이다.

류현진은 올해 22차례 선발로 등판해 7이닝 이상을 책임진 게 9번이며 삼진은 115개다. 커쇼는 5차례 완투 등 7이닝 이상을 던지지 못한 게 19번 등판에서 4회에 불과하다. 그링키도 24회 등판에서 10번을 7이닝 이상 던졌다. 완투는 없다. 커쇼(163개), 그링키(164개)는 이닝 당 한 개 이상의 삼진을 빼앗고 있다. 류현진이 시카고 컵스, LA 에인절스전 후 인터뷰에서 "7이닝을 던진데 만족한다"고 강조한 이유가 바로 커쇼와 그링키와 견줘서 책임지는 이닝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홀로 마운드를 지켰지만 다저스에 입문해서는 불펜을 너무 믿고 있다.

한편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은 10일 미네소타에서 트레이드해 온 우완 케빈 코레이아(34)를 12일 애틀랜타와의 방문 경기 첫 판에 선발로 기용한다고 밝혀 류현진의 등판은 5일 휴식후가 되는 14일이 된다. 코레이아는 제5선발과 롱 릴리프로 활용할 수 있는 마운드의 스윙맨이다. 다저스는 지난 달 30일 애틀랜타전 이후 18일 밀워키 브루어스 홈경기까지 휴식 없이 20연전의 강행군을 펼치는 일정이다. 선발 투수들에게 평소보다 하루 더 휴식기간이 필요할 때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10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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