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GK 여부 이적 선택 필수 요소 주전 떠난 풀럼, 2부리그 불구 무게 유럽 안착 성공땐 국내선수 큰 희망
유럽무대를 향한 축구국가대표 수문장 정성룡(29·수원삼성)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단순 희망사항만은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해외 진출을 타진해온 정성룡은 9월 1일(한국시간) 종료될 유럽축구 선수이적시장을 통해 유럽행을 희망하고 있다. 가능성도 충분하다. 영국권 3개 클럽들이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잉글랜드에선 프리미어리그 퀸즈파크레인저스(QPR)와 챔피언십(2부리그) 풀럼FC,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셀틱FC다.
비록 정성룡이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기대이하의 결과(2경기 5실점)를 냈지만 매력적 요소는 상당히 많다. 2010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과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 획득에 기여했고, A매치 63경기(64실점)에 출전했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무게가 실리는 클럽은 풀럼이다. 지난 시즌 14년 만에 챔피언십으로 강등된 풀럼은 주전 골키퍼(GK) 자리가 비었다. 2010남아공월드컵 당시 네덜란드를 준우승으로 이끈 마르텐 스테켈렌부르크가 “2부리그에서 뛰고 싶지 않다”며 AS모나코(프랑스) 1년 임대를 택해 GK 대란이 발생했다. 10일 입스위치와의 2014∼2015시즌 챔피언십 원정 개막전(1-2 패)에 나선 GK도 구단 산하 U-21 소속 예세 요로넨(핀란드)이었다. 요로넨도 ‘될성부른 떡잎'이지만, 정성룡의 관록에는 미치지 못한다.
유럽축구 소식통은 11일 “풀럼이 골키퍼 진용의 대대적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성룡이 영입 리스트에 올랐다. 특히 풀럼은 한국선수에게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나쁠 게 없는 선택”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내년 말까지 계약된 정성룡의 몸값을 100만달러(약 10억원)로 책정한 수원 구단 역시 “선수 장래가 우선이다. 아시아가 아닌, 유럽이 행선지라면 더 반갑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셀틱도 브라질월드컵 당시 잉글랜드대표로 뛴 프레이저 포스터가 자국 복귀를 꾀하고 있어 정성룡이 입단할 경우 주전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특수 포지션인 GK는 2번째, 3번째 옵션이라면 출전 기회가 극히 적어 주전 여부가 이적 선택의 필수요소다. 그에 반해 QPR에는 잉글랜드대표 출신 로버트 그린이 버티고 있어 ‘정성룡 영입전’은 풀럼과 셀틱의 2파전으로 압축될 전망이다.
만약 정성룡의 유럽 진출이 성사된다면 이는 한국축구에도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GK 포지션에서 이뤄지는 유럽 빅리그 진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과거 권정혁(인천)이 핀란드에서 뛰었고,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도 전 국가대표 김진현이 몸담고 있지만 2%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일본만 해도 국가대표 가와시마 에이지가 스탕달 리에주(벨기에)로 향하는 등 골키퍼들의 유럽 진출이 종종 있었다. 결국 정성룡이 풀럼이든, 셀틱이든 차기 행선지에서 안착한다면 향후 국내 GK들의 유럽 도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성룡도 측근을 통해 “(유럽행이) 쉽지 않겠지만 도전의 가치는 충분하다. 유럽 진출은 꼭 이루고픈 꿈이었다. 선수를 마친 뒤 어떤 길을 걷게 되더라도, 이번 도전은 내 인생에 큰 자양분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