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프로농구 삼성 이상민 감독(43)의 왼쪽 목덜미에는 동그란 부항 자국 두 개가 선명하다. 1990년대 한국 농구와 여학생 오빠부대를 견고하게 결합시킨 1등 주역인 이 감독의 현역 때 별명은 ‘산소 같은 남자’. 두 개의 부항 자국이 산소(O2)를 떠올리게 한다.
부항 자국은 고민의 흔적이다. 농구 명가로서의 자존심 회복을 노리는 삼성 감독으로서 그만큼 져야 할 짐이 많고 무겁다는 얘기다.
감독에 선임된 지 4개월. 이 감독은 여전히 적응하고 있다. 팀이 처한 상황에 따라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다. 지도 방향은 그려졌다. 성급한 개혁은 시기상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약한 전력 탓만 해서도 안 된다고 다짐했다. 이 감독은 “팀 전력 구성이 마음에 안 든다는 생각을 하는 자체가 핑계”라며 “부족한 점을 조금씩 채워가며 선수들이 달라지는 점을 보는 데서 보람을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먼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작업에 몰입했다. 이정석 이동준 등 주전 대신 지난 시즌 기대에 못 미친 포워드 임동섭과 포인트가드 박재현에게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패배 의식에 젖어 걱정이 됐다”며 “선수 개인의 장점을 살려 재밌는 농구를 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력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지난 시즌 삼성의 성적은 8위. 결정적인 고비 때마다 패한 적이 많았다. 이 감독은 국내 선수들이 용병에게만 골밑 수비를 의존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모두 협력하여 리바운드 수를 늘리라고 요구했다.
이 감독 스스로는 유재학 모비스 감독(현 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이겨 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감독에게 유 감독은 특별하다. ‘롤 모델’이다. 대학 시절 은사이기도 하다. 이 감독이 연세대에 들어간 이유도 중학교 1학년 때 ‘연세대 가드’ 유 감독을 보고서다. 삼성은 모비스에 14연패를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모비스를 상대로 한 연패를 끊었으면 좋겠어요. 모비스만 만나면 잘 안 돼요. 저희 선수들이 모비스를 이기면 더 성장할 것 같습니다.”
이 감독은 철저한 분업 농구, 희생과 소통이 결합된 농구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선수 시절 모습 그대로 여전히 날씬한 체격의 이 감독은 “살 찔 틈이 없다”며 작전판을 보고 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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