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하자 많은 축구팬들은 이영표(37)와 박지성(33)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강호들과의 대결에서 심적으로 흔들렸던 선수들을 그라운드 안에서 잡아줄 리더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태극마크를 반납한 두 스타가 더 그리울 수밖에 없었다. 스포츠동아는 이영표 KBS 해설위원을 9일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한국축구에는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비슷한 나이 때의 나와 비교하면 그들이 더 낫다”고 평가한 이 위원은 대표팀 은퇴 뒷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 위원은 2008년부터 대표팀 은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2008년부터 대표팀 은퇴를 머릿속에 그렸고, (2010)남아공월드컵을 마치고 은퇴할 계획도 가졌다”며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에서 출국하기 전날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창문을 열고 밖을 보면서 ‘선수로는 더 이상 여기에 올 수 없다’고 생각하니 울컥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은퇴를 결심할 수 있었던 결정적 배경은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이었다. 이 위원은 “2002년 월드컵 세대에게 마지막 미션 같은 게 있었다. 나는 해외에서 주로 생활했는데, 한국의 2002월드컵 4강 신화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 많았다. 너무 듣기 싫었다. 그래서 원정 월드컵에서 반드시 한 번은 16강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2006)독일월드컵에서 실패해 무척 아쉬웠다.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이었던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16강 진출이 결정된 이후 눈물을 흘린 것도 그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가 말하지 않았지만, 2002년 월드컵을 뛴 세대에게 떨어진 명령이나 사명 같은 게 있었는데 2010년에 이뤘다. 그래서 2011년 아시안컵을 마치고 웃으면서 떠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은 “은퇴를 결심한 뒤 누군가는 ‘대표팀 선수로 좀더 활약하면 한국선수 A매치 최다출전 기록을 수립할 수 있다. 기록에도 욕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만류했다. 아시안컵 도중에는 당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조광래 감독님이 직접 나서서 설득하셨다. 하지만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렸고,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