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원 “투수 마음 꿰뚫는 포수 되겠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8월 15일 06시 40분


넥센의 주전 안방마님으로 우뚝 선 박동원. 박동원은 신들린 볼배합 사인으로 밴헤켄과 최근 6연승을 합작했다. 또 소사와도 찰떡궁합의 전담포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투수가 ‘이 공을 던지고 싶다’는 느낌이 올 때, 바로 그 사인을 내주는 포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스포츠동아DB
넥센의 주전 안방마님으로 우뚝 선 박동원. 박동원은 신들린 볼배합 사인으로 밴헤켄과 최근 6연승을 합작했다. 또 소사와도 찰떡궁합의 전담포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투수가 ‘이 공을 던지고 싶다’는 느낌이 올 때, 바로 그 사인을 내주는 포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스포츠동아DB
■ 넥센 주전포수로 올라선 박동원의 꿈

지난해 주전 부담에 ‘야구 관둘까’ 마음도
다시 해보자 각오…투수들도 믿고 따라와

이심전심으로 투수가 던지고 싶은 공 주문
공에 자신감 실어줘…위기땐 더 침착해야


넥센은 한국프로야구의 대표적인 육성형 구단이다. 전략적 수준을 넘어 생존 차원에서 그들은 선수를 키워내고, 시장가격이 정점을 찍을 때 팔 수 있어야 된다. 박병호, 서건창, 김민성처럼 ‘저평가 가치주’를 발굴하거나 강정호, 한현희, 조상우처럼 팜에서 선수를 키워낸다. 심지어 외국인선수들까지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한다. 이런 넥센이 미개척지나 다름없었던 포수라는 희귀 포지션에서도 ‘원석’을 가공하기 시작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 임기 2년차에 드디어 넥센 주전포수로 올라선 박동원(24)이다.

● “올 시즌 앞두고 야구 포기하려 했었다”

박동원은 14일까지 47경기에 출전했다. 같은 기간 82경기에 출장한 선배포수 허도환(30)보다 훨씬 적은 숫자다. 그러나 후반기부터 박동원의 선발출전이 확 늘어났다. 잊을 수 없는 계기는 7월29일 한화전이었다. 3안타 5타점을 기록한 것보다 더 큰 가치는 넥센 외국인투수 소사와 배터리 호흡을 맞춰 5이닝 7안타 4볼넷 5삼진 2실점, 승리투수로 이끈 것이었다. 소사는 박동원의 볼 배합을 아주 흡족해했다. 가치중립적인 외국인투수 입에서 이런 찬사가 나오자 토종투수들도 박동원을 조금씩 다시 보기 시작했다. 박동원은 이후 소사의 전담포수처럼 기능하며 8월5일 SK전(6.1이닝 3실점 승리), 11일 삼성전(5이닝 4실점)까지 합작했다. 에이스 밴헤켄도 선발 14연승 중 7월11일 NC전부터 13일 롯데전까지 최근 6연승을 박동원과 합작했다. 박동원은 “다 투수들이 잘 던져준 덕분”이라고 수줍게 말할 뿐이지만 훈련보다 휴식 비중이 커지는 넥센 주전이 된 위상을 실감한다.

사실 염 감독은 취임 초부터 개성고를 졸업하고, 히어로즈 입단 뒤 상무에서 제대한 박동원을 2013시즌부터 주전으로 쓸 생각을 널리 알렸다. 그러나 박동원은 고작 69경기에 출장해 타율 0.194에 그치다 백업으로 밀려났다. 평생 해온 야구였는데 1군 주전포수로 중용되자 “야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고 술회했다. 기대에 못 미쳐 자괴감에 사로잡혀 있는데 손목마저 아팠다. 지난해 12월 수술을 받았고, 넥센의 봄 캠프에 합류조차 못했다.

박동원은 “그때 야구를 그만두려 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동안 넥센 투수와 상대 타자들을 공부하기 위한 메모들을 보고 ‘한번만 다시 해보자’고 마음을 바꿔먹었다. 그 노력들이 아까워서라도 심기일전하고 싶었다.

● “투수가 원하는 공을 주문하는 포수가 되고 싶다”

결국 포수는 투수의 신뢰를 먹고 산다는 것을 박동원은 몸으로 깨닫고 있다. 지난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투수들이 이제 자신의 사인을 믿고 따라와 주는 것을 보고, 모르는 것 같아도 내가 노력할수록 투수들이 알아준다는 진리를 실감했다.

포수로서 박동원의 장점은 투수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공격적 투수리드로 꼽힌다. 스스로도 그런 점을 잘 알고 있고, “나 자신부터 머뭇거리지 않고 사인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상대 타자의 약점보다 우리 투수의 장점을 알려고 대화도 많이 시도했다. 어떤 포수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박동원은 “투수가 ‘이 공을 던지고 싶다’고 느낌이 올 때, 바로 그 사인을 내주는 포수가 되고 싶다”는 독특한 답변을 했다.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는 능력”이 지금 박동원이 가장 얻고 싶은 소원이다. 지난해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에서 저지른 실수가 뼈에 사무치기 때문이다. 연장 14회말 무사 1·3루 위기에서 두산 이원석의 우전안타 때 끝났다고 지레짐작해 블로킹을 포기하고 덕아웃에 들어가려다 끝내기 점수를 헌납한 기억은 평생의 교훈이 됐다. 그 덕분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 포수 요기 베라가 남긴 명언의 무게를 박동원은 누구보다 잘 알게 됐다. 그 마음으로 포기할 뻔한 야구로 다시 돌아왔고, 넥센의 주전포수로 발돋움했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목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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