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가 미래의 레전드에게]<1> 야구 이승엽-박병호
박병호 “무슨 그런 과찬을…金은 꼭 따고 싶어요”
《 2014 인천 아시아경기 개막이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이 1954년 제2회 마닐라(필리핀) 대회에 처음 출전한 이후 60년 동안 많은 스타가 탄생했다. 본보는 과거 아시아경기에서 한국을 빛냈던 스타와 인천에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가 함께 하는 시리즈를 준비했다. ‘레전드가 미래의 레전드에게.’ 첫 회는 야구 이승엽(38·삼성)과 박병호(28·넥센)다. 》
“조언할 게 뭐 있나요. 현재 한국 최고의 타자인데. (박병호를 보며) 맞잖아? 하하. 아, 주위에서 너무 부담을 안 줬으면 좋겠어요. 물론 병호가 잘 이겨낼 거라 믿습니다.”(이승엽)
“누구나 알듯이 선배님은 각종 국제대회 극적인 상황에서 중심타자 역할을 멋지게 해내지 않았습니까. 저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박병호)
‘국민타자’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이승엽은 한국 야구의 간판선수다. 2003년 56홈런으로 아시아 단일 시즌 최다 기록을 세웠고, 지난해 양준혁(351개)을 뛰어넘어 프로야구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홈런 타이틀을 차지한 것도 5차례나 된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3년까지가 이승엽의 시대였다면 요즘은 박병호가 대세다. 2012년 31개로 홈런왕에 올랐던 박병호는 지난해 37개로 2연패를 달성했고 올 시즌에도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두 거포의 만남은 넥센과 삼성의 경기가 있었던 10일 목동구장에서 이뤄졌다. 이승엽이 2012년 국내에 복귀한 후 둘은 3년째 같은 리그에서 뛰고 있다. 하지만 경기할 때를 제외하고 자리를 같이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5년 프로에 데뷔한 이승엽은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1997년 타율 0.329에 32홈런, 114타점으로 맹활약했기에 그의 탈락은 의외였다. 당시 아쉽지 않았냐고 묻자 이승엽은 “실력이 부족했던 거죠”라며 웃어 넘겼다. 이승엽은 4년 뒤 부산 대회에 참가했다. 6경기에서 타율 0.423에 5득점 5타점을 기록하며 한국의 우승에 앞장섰다. 그게 이승엽의 처음이자 마지막 아시아경기였다. 2006년 도하(카타르) 대회와 2010년 광저우(중국) 대회에는 일본 요미우리에서 뛰고 있어 대표팀에 합류할 수 없었다.
박병호는 이번에 첫 태극마크를 단다. 2005년 LG에서 데뷔한 박병호는 2011년 넥센에 오기 전까지 ‘미완의 대기’였다. 2010년 광저우 대회 때만 해도 대표 선발은 꿈일 뿐이었다. 2012년 처음으로 홈런왕을 차지한 뒤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을 노렸지만 이승엽, 김태균(한화), 이대호(소프트뱅크) 등 포지션이 겹치는 선배들에게 밀렸다. 인천 아시아경기를 준비하는 그의 각오가 남다른 이유다.
이승엽은 ‘합법적 병역 브로커’로 통한다. 본인은 부상 때문에 일찌감치 군 면제를 받았지만 두 차례의 올림픽을 포함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며 병역 미필 선수들의 군 문제를 해결해줬기 때문이다. 2007년 상무에 입대해 군 복무를 마친 박병호도 ‘합법적 병역 브로커’가 될 수 있을까. 박병호는 “처음 국가대표가 된 건데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없죠. 하지만 국가의 명예를 위해 금메달은 꼭 따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박병호가 성남고에 다니던 시절, 이승엽은 그의 우상이었다. 박병호는 이승엽의 홈런 타구를 잡기 위해 2003년 야구장에 등장했던 잠자리채의 물결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제는 본인이 이승엽 같은 존재가 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박병호는 손사래를 쳤다.
“선배님을 넘어 보겠다는 생각은 한 적 없어요. 그저 동경의 대상이었죠. 지금도 제가 감히 비교 대상이 된다는 게 죄송하다고 생각해요.”
박병호의 말이 끝나자마자 선배가 목소리를 높였다.
“빨리 저를 뛰어넘어야죠. 제가 국내에서 친 홈런이 400개가 안 되는데 병호가 10년 정도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면 400홈런, 아니 500홈런도 가능할 겁니다. 지금 후배 가운데 제 기록을 깰 선수는 병호밖에 없어요. 스윙 보세요. 무시무시하잖아요.”
선배의 칭찬에 박병호가 수줍어하며 대답했다.
“400홈런, 500홈런 이런 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선배님이 저보다 꼭 열 살 위인데 요즘도 팀의 중심 타자로 활약하지 않습니까. 저도 10년 후에 선배님처럼 몸 관리 잘해서 홈런 타자라는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으면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인터뷰를 마치고 각자의 더그아웃으로 돌아갈 시간. 선배가 후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한마디 한다. “병호야, 금메달 꼭 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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