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아경기 D-25]“金 패스 믿는다” “12년전 형처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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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가 미래의 레전드에게]<2>농구 이상민-김태술

프로농구 삼성 이상민 감독(왼쪽)과 한국 농구 대표팀 김태술이 진천선수촌에서 모처럼 만나 다정하게 카메라 앞에 섰다. 12년 전인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에서 이 감독이 금메달을 따던 장면을 김태술은 농구장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목격했다. 이제 김태술이 이 감독의 뒤를 이어 영광 재현을 다짐하고 있다. 진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프로농구 삼성 이상민 감독(왼쪽)과 한국 농구 대표팀 김태술이 진천선수촌에서 모처럼 만나 다정하게 카메라 앞에 섰다. 12년 전인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에서 이 감독이 금메달을 따던 장면을 김태술은 농구장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목격했다. 이제 김태술이 이 감독의 뒤를 이어 영광 재현을 다짐하고 있다. 진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가드 김태술(30)은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 때 자원봉사자였다. 부산 동아고 졸업반이던 그는 대회 기간 농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늘 사직체육관으로 향했다. “당시 부산의 고교 농구 선수 가운데 내가 좀 잘나갔다. 그래서 경기 보조 책임자라는 감투를 받았다. 라커룸 정리, 코트 바닥 관리 등의 업무를 다른 자원봉사자들에게 지시했다.” 19일 대표팀이 합숙훈련을 하고 있던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김태술은 12년 전 일을 떠올리며 10대 시절로 돌아간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랬던 그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이날 대표팀의 연습경기 상대였던 프로농구 삼성의 이상민 감독(42)이 체육관에 나타났을 때였다. 김태술의 연세대 선배인 이 감독은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딸 때 일등공신이었다. 특히 필리핀과의 준결승에서 2점 차로 뒤져 패색이 짙었던 경기 막판 상대 수비수 두 명을 따돌리고 버저비터 3점슛을 꽂아 침몰 직전의 한국을 구해냈다. 김태술은 “코트 바로 옆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다 ‘와’ 하는 함성이 저절로 나왔다. 상민이 형이 금메달 거는 모습을 보며 나도 언젠가 그러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자신과 포지션이 같은 포인트 가드인 김태술에게 “앞으로 아시아경기까지는 한 달 정도 남았는데 부상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부산에서 우승할 때는 대표팀에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당부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 때도 태극마크를 달았다 노메달의 수모를 겪었던 김태술은 “홈에서 열리는 만큼 상민이 형을 통해 키웠던 꿈을 이룰 기회가 온 것 같다. 나도 그 자리에 서고 싶다”고 다짐했다.

한국 농구에는 강동희(1966년생)-이상민(1972년생)-김승현(1978년생)-김태술(1984년생)로 연결되는 최고 포인트 가드의 6년 주기설이 있다. 이 감독은 “태술이는 계보를 잇는 훌륭한 가드다. 경기를 이끄는 능력이 뛰어나고 일대일로 풀어갈 줄 아는 센스를 지녔다”고 칭찬했다. 이 감독은 또 “개성이 강한 선수가 모인 대표팀이지만 유재학 감독의 지휘 아래 팀워크가 강해 보인다. 태술이도 후배들을 잘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 상대는 어렵기 마련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고 덧붙였다. 김태술은 “현역 시절 상민이 형님은 안정적으로 완급 조절을 했다. 지공과 속공을 확실하게 구분했다. 올 시즌 처음 감독이 되신 만큼 선수 때처럼 지도자로도 성공하시길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9회 연속 올스타전 인기투표 1위를 차지할 만큼 최고 인기스타였던 이 감독처럼 김태술도 수려한 외모와 화려한 개인기로 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프로 데뷔 첫해에 SK를 6년 만에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던 김태술은 인삼공사 이적 후 우승반지를 끼기도 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로 풀려 인삼공사에서 한때 이 감독이 몸담았던 KCC로 옮긴 김태술은 왼쪽 무릎 부상에서 회복해 컨디션을 되찾고 있다. 유 감독이 요구하는 경기 내내 펼치는 풀 코트 압박 수비를 소화하기 위해 남은 기간 체력을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게 김태술의 각오다.

이 감독은 “금메달 따면 밥 한번 사 달라”는 김태술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무조건 우승하기만 해. 뭘 못해주겠니”라며 미소를 보냈다. 띠동갑 선후배가 주고받는 눈웃음이 정답기만 했다.

진천=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이상민#김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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