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 패한 팀이 결승전 응원… 약속지킨 일본 어린이들 대견”
美석학, 한일관계에 아쉬움 표현
동아일보가 25일 시작한 ‘국가대혁신 골든타임’ 시리즈에서 한국 정부에 미래전략을 조언한 세계 미래학계의 대부 짐 데이터 미국 하와이대 교수가 24일(현지 시간) 오후 기자에게 e메일을 보내왔다.
신문에 게재된 자신의 인터뷰를 잘 봤다고 하더니 갑자기 이날 오후 한국팀의 우승으로 끝난 야구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결승전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 TV로 생중계된 (미국팀과의) 결승전에서 한국팀 유니폼을 입고 관중석에서 응원한 일본팀을 보니 참 기쁘더군요.” 전날 준결승에서 한국팀과 맞붙어 패한 일본팀은 ‘진 팀은 이긴 팀을 결승전에서 응원하자’는 한국팀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한다.
데이터 교수는 “만약 한일 양국 어른들이 서로에게 이런 식으로 행동했다면 동북아와 세계의 미래에 더 나은 희망을 가졌을 텐데 말입니다”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지금 한일 관계를 이끄는 어른들은 리틀야구 한일 어린이들만도 못하다는 것이다.
일본 릿쿄대에서 교수 생활을 한 지일파인 동시에 한국 드라마까지 챙겨볼 정도의 지한파인 데이터 교수의 따끔한 충고는 무엇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 ‘일본 어른’을 향하고 있었다. 일본의 어린 야구선수들까지 한국팀을 응원하는데 아베 총리는 일본 패전일인 15일 야스쿠니(靖國)신사에 공물(供物)을 바치는 행동을 아직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한국 어른’에 대한 아쉬움도 배어 있었다. 아무리 일본 어른들이 그렇게 나오더라도 한국이 외교력을 발휘해 일본을 사과의 장으로 끌어냈으면 좋겠다는 뉘앙스였다.
한일관계를 잘 알고 있는 미래학의 석학이 두 나라의 미래에 던진 충고는 신선하면서도 요즘 미국의 오피니언 리더층이 한일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한일 갈등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확산되고 있는 게 감지된다.
실제로 미 태평양사령관을 지낸 데니스 블레어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19일 헤리티지재단 주최로 열린 ‘과거사와 동북아의 발전’ 세미나에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특사 채널을 활용해야 한다”며 한일 갈등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이는 우리가 도덕적 우월감에 지나치게 기대어 무조건 “일본이 사과해야 한다” “미국도 우리를 도울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 내 기류는 중국의 부상 등 동북아 국제정치 지형이 어느 때보다 급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한국 정부의 전략이 어느 때보다 정교하고 입체적이어야 일본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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