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아경기 D-23]서른다섯… 약해지는 나를 향해 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7일 03시 00분


[태극마크를 빛낼 스타]<3>사격 진종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아시아경기 금메달이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진종오는 올림픽 사격 개인종목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냈지만 아시아경기 개인전에서는 금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맹훈련 중인 진종오는 아시아경기에서 금빛 과녁을 뚫을 생각에만 집중하고 있다. 진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아시아경기 금메달이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진종오는 올림픽 사격 개인종목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냈지만 아시아경기 개인전에서는 금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맹훈련 중인 진종오는 아시아경기에서 금빛 과녁을 뚫을 생각에만 집중하고 있다. 진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저, 오늘부터 술 안 먹습니다.”

한국 사격의 살아있는 전설 진종오(35·KT)가 대회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면 정말 그런 거다. 이렇게 말한 후 그가 술잔을 입에 대는 걸 본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한국 스포츠계에서 진종오는 자기 관리의 대명사로 통한다. 10여 년째 그와 한솥밥을 먹고 있는 송남준 KT 사격단 코치의 얘기다. “종오가 처음 입단했을 때 선배들이 ‘군기 좀 잡으라’며 나와 한 방을 쓰게 했다. 일명 ‘건수’를 잡아야 하는데 도무지 빈틈이 없었다. 결국 알아서 하도록 그냥 둘 수밖에 없었다.”

진종오에게 큰 시련이 닥친 것은 지난해 여름이었다.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 이혼을 전후해 거의 1년 가까이 방황했다. 아픈 가슴을 술로 달래느라 73kg이던 몸무게가 80kg까지 불었다. 정신을 차린 것은 올 초였다. 마음을 다잡은 진종오는 예전에 비해 더 진지해지고 더 여유로워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 마음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

“저 요즘 진짜 열심히 운동해요.” 26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인천 아시아경기 사격 미디어데이에서 진종오가 꺼낸 얘기다. 진종오가 이렇게 말한다면 정말 그런 거다. 사격 훈련보다는 체력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고 했다. 송 코치의 얘기. “10년 넘게 종오를 봐 왔지만 요즘처럼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는 건 처음 봤다. 무리해서 병날까 봐 말리는 게 일이다.” 심지어는 쉬는 시간에도 자전거를 탄다고 한다.

진종오가 체력 관리에 열중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그는 9월 3일부터 22일까지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뒤 곧바로 20일 인천 아시아경기 50m 권총 경기에 나서야 한다. 장거리 이동과 시차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게 첫째다. 둘째 이유는 좀 더 장기적인 포석이다. 진종오는 “어느덧 30대 중반이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사격을 오래 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목표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3연패를 달성하는 것이다. 진종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50m 권총에서 우승했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50m 권총과 10m 공기권총 등에서 2관왕에 올랐다. 한국 스포츠 역사상 올림픽 개인전에서 3연패를 달성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번 아시아경기는 진종오에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향한 전초전이기도 하지만 아시아경기에 맺힌 한을 풀 기회이기도 하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두루 제패한 진종오는 유독 아시아경기 개인전에서는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딴 금메달 2개는 모두 단체전에서 나왔다.

○ IOC 선수위원에도 도전

런던 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른 뒤 일찌감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던 진종오는 스포츠 행정가로서의 행보도 함께 걷고 있다.

일단 다음 달 스페인 세계선수권에서 국제사격연맹(ISSF) 선수위원에 출마한다. 7명의 선수 위원 중 4명이 참가 선수들의 투표로 선출된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IOC 선수위원에 도전할 자격을 갖춘다. 진종오는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언제든 준비는 되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 아시아경기의 첫 금메달은 사격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개막식 이튿날인 20일 오전 김장미(22·우리은행)가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오후에는 진종오가 남자 50m 권총에 출전한다. 지난 광저우대회 때 한국 사격은 역대 아시아경기 단일 종목 최다인 13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첫날 김장미와 진종오의 활약 여부에 따라 한국 사격, 나아가 한국 선수단의 금빛 레이스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진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사격#진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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