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29일 잠실 삼성전에서 2-1로 앞선 7회초 시작할 무렵 쏟아진 비로 인해 6회 강우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선발 유희관이 2회 이승엽에게 솔로홈런을 맞았지만 이후 실점하지 않으며 6이닝 3안타(1홈런) 3볼넷 1실점으로 시즌 10승(7패)을 올렸다. 강우콜드게임이긴 하지만 개인통산 첫 완투승을 기록하게 됐다. 아울러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한 팀 역사상 최초의 토종 좌완투수가 됐다.
1점차 살얼음 승부가 진행되던 중 중부지방에 예고됐던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렸다. 7회초에 들어가려던 순간. 오후 9시 17분 경기는 중단됐고, 무섭게 쏟아진 비로 인해 결국 강우콜드게임이 선언됐다.
두산은 비 덕분에 모처럼 활짝 웃었다. 특히 과부하가 걸린 불펜투수를 아낄 수 있었다는 점도 수확이었다. 올 시즌 두산은 비로 인해 웃는 날보다 우는 날이 많았다. 6월 21일과 22일 잠실 KIA에서 이틀 연속 강우콜드게임패를 당한 게 가장 뼈아팠다. 이는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2경기 모두 점수차가 1, 2점 이내였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 두산 홍성흔은 당시 “뒤집을 수 있는 경기였는데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승리를 내줬다는 게 가장 아쉬웠다”고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후폭풍도 컸다. 두산은 당시 KIA와의 3연전을 모두 내주며 5연패에 빠졌고, 간신히 유지했던 승률 5할 벽이 무너지면서 5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8월 들어 조금씩 하늘이 두산의 손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두산은 13일 대전 한화전이 우천순연되면서 휴식을 취했는데, 그때 4위 경쟁팀인 롯데와 LG가 연패에 빠지면서 게임차를 줄일 수 있었다. 이 경기가 취소되면서 구멍 난 5선발 자리도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이뿐 아니다. 4위를 두고 싸우는 5개 팀의 게임차가 얼마 되지 않다보니 비가 와 휴식을 취하면 순위가 바뀌었다. 중요한 시기에 비로 인해 경기를 쉰 두산이 4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다. 최근 3연패에 빠지면서 순위가 또 다시 6위까지 내려갔지만, 이날 강우콜드게임 승리로 같은 날 사직구장에서 KIA에 패한 롯데를 누르고 5위로 올라섰다. 문학에서 SK에 완승을 거두고 4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LG와의 게임차도 ‘2’로 유지했다. 지금까지 ‘비(雨)운’이 없었던 두산에게 이날 비만큼은 가뭄에 내린 단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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