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동… 하늘 찌른 태극셔틀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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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배드민턴 세계개인선수권
세계 10위 고성현-신백철조 반란… 최강 이용대-유연성조 꺾고 우승
김사랑-김기정조 2년 연속 동메달… 女 기대주 신승찬-이소희조도 銅

“아시아경기도 자신 있어요” 세계배드민턴선수권 사상 처음으로 금,은,동메달을 휩쓴 한국 남자 복식 대표팀 선수들이 31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대회 시상식에서 메달을 목에 걸고 활짝 웃고 있다. 아랫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김사랑 김기정 유연성 이용대 신백철 고성현. 코펜하겐=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아시아경기도 자신 있어요” 세계배드민턴선수권 사상 처음으로 금,은,동메달을 휩쓴 한국 남자 복식 대표팀 선수들이 31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대회 시상식에서 메달을 목에 걸고 활짝 웃고 있다. 아랫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김사랑 김기정 유연성 이용대 신백철 고성현. 코펜하겐=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시상대에 오른 6명의 가슴에는 태극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애국가를 따라 부르는 그들의 표정은 밝았다. 고성현(국군체육부대), 신백철(김천시청), 이용대(삼성전기), 유연성(국군체육부대), 김사랑, 김기정(이상 삼성전기). 한국 배드민턴의 새 역사를 쓴 그들 위로 태극기 3장이 나란히 걸렸다.

31일 밤 덴마크 코펜하겐 발레루프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 남자 복식 시상식은 한국의 잔치였다. 이 종목 결승에서 세계 10위 고성현-신백철 조는 세계 1위 이용대-유연성 조를 79분의 풀 세트 접전 끝에 2-1(22-20, 21-23, 21-18)로 꺾었다. 준결승에서 고성현-신백철 조에 패했던 김사랑과 김기정이 2년 연속 동메달을 차지하면서 한국 배드민턴은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금, 은, 동메달을 휩쓸었다. 한국이 이 대회 남자 복식에서 우승한 것은 1999년 김동문-하태권 조 이후 15년 만이며, 챔피언 배출은 2003년 김동문-나경민 조의 혼합복식 제패 이후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한국 선수끼리의 결승 대결도 없었다. 1977년 시작된 이 대회는 종목별로 64강이 출전해, 32강이 나서는 올림픽이나 아시아경기보다 경쟁이 치열하고 이변이 많기로 유명하다.

고성현은 이날 군 입대 전까지 김천시청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신백철과 탄탄한 팀워크를 보였다. 이들은 혼합복식을 병행하고 있어 활동 범위가 넓고 손목 처리가 좋은 게 장점이다. 고성현은 2011년 이 대회에서 유연성과 은메달을 딴 뒤 파트너를 바꿔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고성현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어 쉽지 않았다. 다시 힘을 모아 아시아경기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신백철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이효정과 혼합복식 금메달을 합작한 뒤 주목받았다. 신백철은 “부담 없이 즐기자고 마음먹은 게 잘 풀렸다”며 기뻐했다. 고성현과 신백철은 세계 랭킹에서 이용대-유연성, 김사랑-김기정 조에 뒤져 국가별로 2개 팀만 나가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복식에는 출전하지 못하지만 남자 단체전에서 전력을 끌어올려 줄 것으로 보인다.

동메달 딴 여자 복식 기대주 신승찬(왼쪽) 이소희.
동메달 딴 여자 복식 기대주 신승찬(왼쪽) 이소희.
이용대는 정재성과 짝을 이뤘던 2007년과 2009년 이 대회 준우승에 그친 뒤 3번째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용대와 유연성은 덴마크와의 4강전 승리로 한국의 메달 싹쓸이를 이끌며 대표팀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였다.

남자 복식 대표팀은 올해 초 이용대와 김기정이 도핑 테스트 기피 혐의로 1년 자격정지를 맞으며 공중분해될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3개월여 만에 징계가 풀리는 과정에서 결속력을 다졌고, 치열한 내부 경쟁을 통해 기량도 향상시켰다. 이번 성과를 통해 아시아경기 남자 복식과 남자 단체전 정상을 향한 자신감도 끌어올리게 됐다.

1987년 이 대회 혼합복식에서 은메달을 딴 이득춘 대표팀 감독은 “제자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아직은 끝난 게 아니다. 자만해서는 안 된다. 감격은 덴마크에 남겨두고 다시 뛰겠다”고 말했다.

여자 복식에서는 새로운 기대주 신승찬(삼성전기)-이소희(대교) 조가 동메달을 보탰다.

대표팀은 2일 귀국해 경기 부천에 훈련캠프를 차리고 아시아경기에 대비한 막바지 점검에 들어간다.

코펜하겐=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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