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보성고 안준성은 비록 2학년이지만 ‘최민호·김재범 올림픽제패기념 2014 전국 중·고등학교 유도대회 겸 제42회 추계 전국 남녀 중·고등학교 유도연맹전’에서 남자 -73kg급 입상이 기대됐다. 같은 학교 선배인 고교 절대강자 강헌철이 -81kg으로 체급을 올려서 출전했기에 첫 전국대회 우승도 도전할 만했다.
그러나 안준성은 2일 8강전에서 판정패를 당해 입상권조차 들지 못했다. 2학년이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나이지만 패배의 아픔을 감수하기 쉽지 않은 것이 선수의 본성이다. 이런 안준성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다독이는 자상한 목소리가 있었다. “많이 져봐야지 발전이 된다.” 안준성의 경기 때, 관중석에서 뚫어져라 매트를 바라보던 눈길은 일반 팬과 다른 풍모를 풍겼다. 바로 안준성의 아버지이자 1984년 미국 LA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안병근 용인대 교수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유도대표팀 감독까지 역임했던 안 교수는 중·고교대회가 열리면 현장을 찾아 미래의 재목감을 찾는다. 그러나 이날은 아들이 매트에 올랐기에 더욱 각별했다.
안준성의 위로는 누나가 둘 있다. 외아들에게 유도를 시킨 것은 중1 때다. 아들이 처음 유도를 한다고 했을 때 안 교수는 흔쾌히 찬성했다. “힘든 운동이지만 유도를 통해서 인간됨을 깨우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아직 안준성은 선수로서 채워야 할 부분이 많다. 그 스스로 “집중력이 부족하고, 잡기 같은 기본기가 잘 안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도로 정상을 밟았던 안 교수는 “꼭 1등이 아니어도 된다. 유도를 통해 얻은 배움으로 바른 사람으로 살면 된다”고 말했다.
처음 안 교수는 안준성의 경기 때, 아버지 마음에 매트 바로 앞에 서서 경기를 봤다. 그런데 어느 날 아들이 와서 “멀리서 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아버지가 가까이 있으면 심판들이 나한테 유리한 판정을 내릴 수 있다. 혹시라도 상대가 나 때문에 피해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안 교수가 아들 유도시키기를 잘했다고 실감한 순간이었다. 안준성은 “유도를 하는 한, ‘안병근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것이란 사실을 안다. 그러나 아버지가 그만큼 큰 선수였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나는 안준성의 유도를 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