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커쇼에게 배운 구종은? 커트패스트볼만 터득하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5일 14시 06분


LA다저스 류현진. 동아닷컴 DB
LA다저스 류현진. 동아닷컴 DB
선발투수는 최소한 4가지 구종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빠른 볼을 주무기로 하는 마무리 투수는 2가지 구종만 구사해도 된다.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로 직구 평균 구속이 150km(94마일)대에 이르고 4가지 구종을 구사한다면 특급이다. 연봉 2000만 달러를 보장받을 수 있다. 물론 전제는 제구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2가지 구종만으로도 마운드를 평정한 투수가 있기는 하다. 좌완 랜디 존슨은 불같은 강속구와 슬라이더로 통산 303승을 기록했다.

LA 다저스 류현진은 4가지 구종을 구사한다. 직구,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이다. 구종선택의 빈도순이기도 하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때 류현진은 직구와 체인지업이 주 레퍼토리였고, 슬라이더와 커브를 간간이 섞어서 던졌다. 주무기 직구와 체인지업으로 첫해 14승8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4위를 마크했다. 올해 어깨염증과 엉덩이 부상으로 두 차례 부상자명단에 오르며 40일을 빠졌다. 그런데도 지난해와 같은 14승(6패)을 기록하고 있다.

2년생 징크스를 뛰어 넘고 지난해보다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작성하는 데는 메이저리그에 빠르게 적응한 진화된 구종 덕분이다. 올해 레퍼토리가 바뀐 것은 없다. 똑같이 직구,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를 구사하고 있다. 달라진 것은 슬라이더는 빨라졌고, 커브는 12시에서 6시로 떨어지면서 낙차가 커졌다는 점이다.

각 팀들이 '스카우팅 리포트'로 류현진을 대비하고 있지만 막상 실전에서는 타격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밸런스가 흐트러지고 있다. 투수들이 대부분 그렇듯 류현진도 직구를 제외한 다른 구종은 당일 제구가 잘 되는 것을 택해 구사 빈도수를 높인다. 부상에서 18일 만에 복귀해 14승을 거둔 지난 샌디에이고전에서는 커브를 많이 구사하면서 타자들을 잠재웠다. 7개의 삼진 가운데 5개가 뚝 떨어지는 폭포수 커브였다. 동료 클레이튼 커쇼의 커브를 방불케 했다.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는 LA 다저스 입단 때 류현진을 토론토의 좌완 마크 벌리와 비교했다. 35세의 벌리와 27세의 류현진을 평면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으나 스타일은 매우 흡사하다. 류현진이 앞으로 벌리처럼 메이저리그 현역 생활을 유지한다면 대성공이다. 벌리는 강속구 투수는 아니다. 국내에서 기교파로 부르는 '피네스(finesse) 피처'다. 전문가들은 제구력을 바탕으로 본인이 의도한 대로 던진다고 해서 '커맨드(command) 피처'라고도 한다. 피칭 템포도 무척 빠르다. 메이저리그 평균 투수들의 인터벌이 15.8초인데 벌리는 2.1초가 빠르다. 류현진 역시 벌리 평가와 큰 차이가 없다. 인터벌도 빠르다. 올해 11승을 추가한 벌리는 15년 통산 197승 151패 평균자책점 3.82를 기록 중이다. 아메리칸리그에서 작성된 평균자책점인 터라 매우 안정된 피칭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벌리는 앞으로 33이닝을 채우면 14년 연속 200이닝 이상 피칭 대기록을 세운다. 철완이다.

벌리는 직구,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에 커트패스트볼이 매우 뛰어나다. 류현진은 아직 커트패스트볼을 구사하지 않지만 향후에는 던질 가능성이 높다. 동료인 커쇼에게 고속 슬라이더와 낙차 큰 커브를 터득한 류현진의 모범적인 학습태도를 감안하면 이를 배제하기 어렵다. 좌완들은 우타자 상대 때 몸쪽 커트패스트볼이 매우 효과적이다. 커트패스트볼은 구속에서 슬라이더와 2,3km 차이가 난다. 투수가 강속구를 던지거나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최종 목표는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좌완으로 평가받는 워렌 스판은 "타격은 타이밍이고, 피칭은 타이밍을 빼앗는 것이다(Hitting is timing, Pitching is upsetting timing.)"는 명언을 남겼다. 류현진은 스판의 격언을 교과서처럼 따르면서 2년 연속 14승을 작성했다.

한편 돈 매팅리 감독은 6일(한국시간)부터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애리조나와 3연전 첫 판에만 댄 하렌을 선발로 예고했다. 하렌의 선발 예정일이 밀리면서 류현진의 등판은 8일 시리즈 최종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확정은 되지 않은 상태다. 류현진의 선발예고는 6일 발표된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1028@gmail.com
#류현진#커쇼#M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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