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볼턴·26)의 축구는 참 예쁘다. 간결하면서 깔끔한 패스와 팀 공격의 흐름을 살려주는 연계 플레이가 돋보인다. 축구의 종주구인 영국도 인정한 실력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계가 찾아왔다. 테크닉에 의존하다보니 볼을 갖지 않았을 때의 움직임에서 적극성이 떨어졌다. 측면 공격수로 팀 전체를 아우르는 중량감도 미흡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이청용은 부진했다. 박지성이 은퇴한 상황에서 박주영이 최전방에서 살아나지 못하자 이청용의 발끝도 무뎌졌다. 예선 3차전 벨기에 전(0-1패)에서는 투지가 상실된 무기력한 플레이로 팬들의 질타까지 받았다. 경쟁 구도 없이 월드컵 대표팀에 낙점됐던 이청용이 매너리즘에 빠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과 베네수엘라와 평가전에서 감독대행으로 나선 신태용(44) 대표팀 코치는 '붙박이 오른쪽 윙어'인 이청용에게 중원 사령관을 맡겼다. 공격 전술의 중심을 이청용으로 끌고 온 것이다.
이청용은 달라졌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기성용의 전방에 포진해 날카로운 패스 실력을 뽐냈다. 측면에서보다 정교함이 살아났고, 동료들을 독려하고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청용의 포지션 이동은 리그 경기 도중 종아리 부상을 입은 구자철(25·마인츠)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포스트 박지성'으로서 이청용의 가능성을 점검하는 실험 성격도 있었다. 그래서 주장도 이청용에게 맡겼다.
경기 전부터 신 코치는 "청용이는 시야가 넓고 공간 패tm도 수준급"이라며 "미드필더 이청용의 새로운 면목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멀티 능력을 입증한 이청용의 변화는 대표팀 전술 운용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월드컵에서 한국축구는 박지성의 부재를 뼈저리게 느꼈다. '제2의 박지성'으로 평가받았던 김보경(25·카디프 시티)의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이청용의 달라진 모습이 울리 슈틸리게 대표팀 감독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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