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5일 국가대표팀 신임 감독으로 발표한 울리 슈틸리케(59·독일) 감독은 한국 축구에 대해 강렬한 기억을 갖고 있다.
2003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20세 이하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독일을 이끌던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에 혼쭐이 났다. F조 예선 첫 경기에서 한국에 0-2로 패한 것. 청소년과 성인 국가대표를 합쳐 한국이 공식 경기에서 독일 대표팀을 꺾은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때문에 독일 언론은 경기 결과를 전하는 기사에서 '망신'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당시 경기 전부터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이 강한 조직력을 갖춰 힘겨운 상대가 될 것 같다"며 경계했다. 패배 후에는 "한일 월드컵을 통해 한국축구가 한 단계 발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유럽으로 출국한 축구협회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유력한 감독 후보군들을 만나 의사를 타진하는 과정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축구협회의 제안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 사항에 대한 조율이 남아 있지만 일단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팀을 맡는 조건으로 연봉 등에서는 합의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국가대표 수비수로 1975년부터 1984년까지 활약한 슈틸리케 감독은 A매치 42경기에 출전해 3골을 넣었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 때가 전성기로 독일이 치른 7경기에 모두 풀타임 출전해 독일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1977년부터 1985년까지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에서 뛸 때는 최고 외국인 선수상을 네 번이나 받으면서 전설로 자리매김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하는 동안 팀은 리그에서 우승을 3회(1978, 1979, 1980)하고, 1985년에는 유럽챔피언스리그(UEFA) 정상에 올랐다.
1988년 은퇴 후 스위스 국가대표팀 감독(1989~1991)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과 스페인 클럽 팀을 거쳐 1998년에는 독일국가대표팀 수석코치를 맡았다. 2000년부터 6년 동안은 독일 청소년 대표팀 감독을 맡아 최근 독일 대표팀에서 활약 중인 스타급 선수들을 조련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코트디부아르 대표팀을 2년간 지도했던 그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카타르리그의 알 사일리아(Al Siliya) SC와 알 아라비(Al Arabi) SC감독으로 활약했다.
슈틸리케 감독과 알 아라비 SC에서 함께 있었던 김기희(전북)는 "안정적인 플레이를 추구하며 부분 전술 운영능력이 좋고, 선수들의 특징과 상대 팀 전술에 따른 포지션 전술 활용 능력이 뛰어났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8일 입국해 이날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한국과 우루과이의 평가전을 관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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