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나에겐 늘 마지막 태극마크, 가치 인정받은 것 같아 행복”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9월 11일 06시 40분


이동국.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이동국.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센추리클럽 가입’ 이동국의 소감

베네수엘라전 2골 몰아치며 통산 32골
“살다보니 나에게도 이런 날이…뭉클
내가 할 몫이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


한국축구가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축구국가대표팀은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전에서 3-1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데 이어 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우루과이전에선 선전 끝에 0-1로 패했다. 브라질월드컵 이후 첫 A매치였던 점, 독일 국적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이 새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는 소식 등이 겹치면서 다양한 화제가 쏟아졌다. 베테랑들의 국가대표 컴백도 큰 이슈였는데, 이동국(35·전북현대)이 단연 그 중심에 섰다. 9월 A매치 2연전은 ‘이동국의, 이동국에 의한, 이동국을 위한’ 시리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장면 하나하나가 역사였고, 드라마의 일부였다. 어느 때보다 뜻 깊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 그는 “오늘이 끝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열정을 다 쏟았다”고 회상했다.

● 되찾은 감동


이동국에게 태극마크는 그 자체가 선수생활을 지탱해주는 힘이자 동기다. 호랑이 엠블럼(대한축구협회 상징)이 새겨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 자신이 살아있음을 새삼 느낀다고 했다. 그러나 기다림이 꽤 길었다. 이동국이 태극마크를 단 것은 지난해 6월 18일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최강희호’는 이란과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이동국의 A매치 통산 99번째 경기였다. 그대로 멈출 순 없었다. ‘홍명보호’에선 부름을 받지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서 연일 골 폭풍을 일으켰고, 그렇게 이동국은 되돌아왔다.

“특별할 건 없다. 과거 A매치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지만, 속내는 달랐다. 베네수엘라전에서 이동국은 센추리클럽(A매치 100회 출전)에 가입했고, 2골을 몰아치며 대기록 달성을 자축했다. A매치 통산 32골. 우루과이전에선 비록 골 맛을 보진 못했어도 101번째 A매치 출격에 성공하며 ‘살아있는 전설’의 존재를 알렸다. “뭉클했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더라”는 것이 그의 얘기다.

● 오늘의 충실함과 간절함으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가 이동국의 좌우명이다. 뛸 힘이 남아있는 한 늘 태극마크를 마음으로 새긴다. 그 대신 항상 품고 있는 생각이 있다. ‘마지막이란 절박함’이다. “항상 ‘오늘이 마지막이다’를 되뇐다. 내 나이쯤 되면 매 경기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앞을 예견할 필요도 없다. 자칫 큰 부상이라도 입으면 정말 끝이다. 베네수엘라전과 우루과이전은 내용도, 결과도 모두 달랐지만 똑같이 ‘오늘이 내 인생 마지막 태극마크 경기’라고 생각하고 뛰었다.”

이동국은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내일이 아닌 오늘을 위한 충실함과 간절함으로 더 특별했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다. 물론 다음을 전혀 기약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만약’이란 전제를 달며 이렇게 덧붙였다. “‘잘하겠다’, ‘골을 꼭 넣겠다’는 약속은 못 한다. 다만 내가 필요하고, 내가 할 몫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선수에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만큼 소중한 건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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