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 대표팀의 남녀 에이스인 김동훈(25·문경시청)과 김애경(26·NH농협은행)은 테니스로 치면 노바크 조코비치와 세리나 윌리엄스다. 두 선수 모두 국내 대회가 열릴 때마다 3, 4관왕을 차지하는 건 기본이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도 서 봤다. 정구에 세계랭킹이 있다면 두 선수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을 게 틀림없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기 도리를 다하는 이를 효자라고 한다면 이들은 한국 스포츠의 효자 효녀다.
정구라는 종목도 그렇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때 아시아경기 정식 종목이 된 뒤로 정구에서 한국이 따낸 금메달만 16개. 구기 종목 중 가장 많다. 2002년 부산 대회 때는 금메달을 싹쓸이(7개)했다.
추석 연휴도 반납한 채 6월 2일부터 진천선수촌과 인천 열우물정구장을 오가며 훈련 중인 대표팀 선수들은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반드시 우리 존재감을 확인받겠다”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만큼 김애경과 김동훈의 어깨는 무겁다. 두 선수는 유독 아시아경기와는 인연이 없었다. 김애경은 2010년 광저우 대회 때 은·동메달을 2개씩 따냈지만 금메달을 목에 걸지는 못했다. 올해 대표 선발전에서 줄곧 1위를 지킨 김동훈은 이번이 첫 아시아경기다.
내년까지 뛰고 은퇴할 예정인 김애경은 “마지막 아시아경기인 만큼 후회하지 않도록 있는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애경은 이번 대회에서 단체전, 단식, 복식, 혼합복식 등 4개 종목에 출전한다. 김동훈은 혼합복식을 제외한 3개 종목에 나선다. 테니스와 달리 정구에서는 선수를 전위와 후위로 구분하는데 김동훈과 김애경은 모두 후위다. 김애경은 혼합복식에서 ‘정구계의 이용대’로 불리는 김범준(25·문경시청)과 호흡을 맞춘다.
1989년 1월생으로 1988년에 태어난 김애경과 친구 사이인 김동훈은 좀 더 여유롭다. 작은 눈이 더 작아 보이게 활짝 웃어 보인 그는 “똑같이 긴장해도 설레면 잘 풀리고 떨리면 잘 안 풀린다고 하더라.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컨디션이 좋았던 만큼 너무 떨지 않으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금메달을 따고 스스로에게 ‘비밀 선물’을 주고 싶다. 비밀이 무엇인지는 대회가 끝나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정구 대표팀이 맞닥뜨린 가장 큰 장애물은 케미컬(하드) 코트다. 힘이 좋은 한국 선수들은 클레이(흙) 코트에서 강하고, 기술이 정교한 일본 선수들은 케미컬 코트에서 강하다.
한국은 클레이 코트에서 치른 2002년 부산 대회 때는 금메달을 모두 챙겼지만, 케미컬 코트에서 열린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는 금메달 2개씩만 따냈다. 케미컬 코트는 체력 소모도 더 크다. 이 때문에 정구 대표팀 선수들은 매일 오전 6시부터 400m 트랙을 10바퀴씩 뛰며 체력을 키우고 있다.
김태주 대한정구협회 사무국장은 “이번에도 개최국이라 클레이 코트를 선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구의 세계화 차원에서 케미컬 코트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대신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를 비롯해 올해 열린 모든 전국 대회를 케미컬 코트에서 치르며 적응력을 키웠다.
김애경과 김동훈을 앞세운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4개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남자팀 주인식 감독과 여자팀 장한섭 감독은 한목소리로 “큰 대회에서 남녀부 단체전 동반 우승을 한 지가 너무 오래됐다. 단체전 동반 우승은 대표 선수 10명(남녀 각 5명)이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건다는 뜻이다. 동반 우승을 꼭 이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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