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권총 황제’가 더 오를 곳은 어디인가. 진종오(35·kt·사진)가 10m 공기권총마저 석권하며 세계선수권 2관왕에 올랐다.
진종오는 11일(한국시간) 스페인 그라나다 후안 카를로스 1세 올림픽사격장에서 열린 제51회 세계사격선수권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200.3점을 기록해 2위 유스프 디켓(터키·198.0점)을 2.3점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위는 블라디미르 곤차로프(러시아·178.9점)에게 돌아갔다. 이로써 9일 남자 50m 권총 본선에서 34년 만에 세계기록(583점·60발 합계)을 경신하며 우승한 데 이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2012런던올림픽 10·50m 권총에서 2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뒤 세계선수권까지 제패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권총황제’임을 입증했다.
시종일관 압도적 경기였다. 본선 2위(584점)로 8명이 겨루는 결선(20발)에 진출한 진종오는 1번째 발에서 9.3점을 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이후 추격전을 펼쳐 6번째 발에서 10.5점으로 1위로 올라선 뒤 10번째 발까지 선두를 지켰다. 11번째 발에서 9.3점으로 잠시 주춤해 2위로 내려갔지만, 14번째 발에서 10.4점을 쏘며 1위를 탈환한 뒤 끝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마지막 한 발을 남기고 2위와의 격차는 무려 3.4점이었다. 3위 곤차로프는 18번째 발에, 2위 디켓은 19번째 발에 8.2점을 쏘며 스스로 무너졌다. 진종오는 관중의 박수 속에 마지막 발 9.3점으로 금메달을 확정했다.
진종오는 “오늘 아침 소속팀 kt의 황창규(61) 회장님께서 직접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한 것에 대해 축하 문자메시지를 보내주셔서 더 큰 힘이 났다. 마지막 발은 즐기면서 쏜 것 같다. 지금까지 이룬 것에 대해 나태해지지 않겠다. 아직 아시안게임이란 큰 목표가 남았다”며 인천을 겨냥했다.
한편 진종오는 이대명(26·KB국민은행), 김청용(17·흥덕고)과 함께 10m 공기권총 단체전에서도 합계 1744점으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은 중국(1750점), 동메달은 러시아(1736점)가 차지했다.
그라나다(스페인)|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