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개막하는 인천 아시아경기는 아시아 최대의 스포츠 제전이다. 1913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극동선수권대회와 1934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서(西)아시아경기대회가 합쳐져 아시아경기가 됐다. 1948년 제14회 런던 올림픽을 계기로 1949년 국가올림픽위원회(NOC)가 참여하는 AGF(Asian Games Federation·아시아경기연맹)가 창설됐고, 1951년 인도 뉴델리에서 제1회 아시아경기가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아시아올림픽위원회(OCA) 45개 회원국에서 선수와 임원 1만3000여 명, 미디어 관계자 7000여 명 등 2만여 명이 참가한다. 대회를 준비하는 운영 요원만 3만여 명이다. 또 올림픽 종목 28개에 비올림픽 종목인 야구, 볼링, 크리켓, 카바디, 공수도, 세팍타크로, 스쿼시, 우슈를 더해 총 36개 종목에 금메달 439개가 걸려 있다. OCA는 대회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4년 전 광저우 아시아경기 때의 42개 종목, 금메달 476개보다 종목과 메달 수를 줄였다.
아시아경기는 46억 아시아인의 화합의 장이지만 국가의 명예를 걸고 겨루는 자존심 경쟁의 무대이기도 하다. 한국은 1회 대회 때 6·25전쟁 발발로 참가하지 못했고, 2회 대회부터는 모두 참가했다. 1966년 방콕 대회에서 처음 종합 2위에 올랐던 한국은 이후 3∼4위권에서 맴돌다 1986년 서울 대회에서 다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당시 금메달 93개, 은메달 55개, 동메달 76개로 1위 중국(금 94, 은 82, 동 46)을 거의 따라 잡을 뻔 했다. 1982년 뉴델리 대회 때부터 일본을 2위로 끌어내리고 1위 독주체제를 갖춘 중국으로선 간담이 서늘했던 대회다. 이처럼 아시아경기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삼국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독주가 거센 가운데 한국과 일본이 그 뒤를 쫓고 있는 형국이다.
1998년 이후 아시아경기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의 순위는 변함이 없었다. 중국은 갈수록 거대해져 이제는 경쟁국들이 더이상 따라잡을 수 없는 ‘공룡’으로 성장했다. 배드민턴과 체조, 역도, 탁구 등은 세계 최고수준이고, 사격과 수영 등에서도 아시아 정상을 지키고 있어 갈수록 중국과 주변국의 격차는 커지고 있다. 2010년 광저우 대회 때는 2위 한국(금 76개), 3위 일본(금 48개)의 금메달 수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199개의 금메달을 따 경쟁국들을 맥 빠지게 했다. 199개는 당시 2∼7위 국가들의 총 금메달 수(189)를 넘어서는 수치였다.
중국은 인천 대회에서도 1위가 목표다. 중국은 전체 금메달 439개 가운데 180∼200개를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경기 최초로 금메달 200개 돌파까지 노린다. 중국의 이런 자신감은 탄탄한 기초 종목에서 나온다. 중국은 광저우 대회에서 수영(38개)과 체조(15개), 육상(13개)에서만 총 66개의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중국이 획득한 금메달의 3분의 1에 달한다. ‘금메달 200고지’를 넘기 위해 중국은 총 909명의 선수를 이번 대회에 파견한다. 개최국 한국(964명)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한국은 인천 대회에서 ‘안방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해 금메달 90개 이상으로 5회 연속 2위를 수성하겠다는 목표다. 4년 전 아시아경기 성적과 최근 국제대회 경쟁상황 등을 감안하고, 홈에서 누릴 한국선수들의 안정감 등 이점까지 반영한 목표다. 한국이 역대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90개 이상 따낸 적은 1986년 서울 대회(93개)와 2002년 부산 대회(96개) 두 차례다. 모두 안방에서 열린 대회다.
한국은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줄곧 일본에 우위를 보여 왔다. 2006년 도하 대회에서 한국(58개)과 일본(50개)의 금메달 차이는 8개였지만 4년 전 광저우 대회에서는 한국이 일본보다 금메달을 28개나 더 걷어 들였다.
한국의 금메달 전략도 이미 완성됐다. 먼저 양궁, 펜싱, 볼링, 골프, 사격, 태권도, 테니스 등 7개의 메달 전략 종목에서 금메달 48개를 확보하는 것이 1차 목표다. 2차 목표는 사이클, 승마, 핸드볼, 하키, 유도, 근대5종, 럭비, 요트, 레슬링, 야구 등 상대적으로 우세한 종목 10개에서 금메달 27개를 따내는 것이다. 관건은 육상, 수영, 체조 등 약세 종목이다. 약세 종목으로 분류된 19개 종목에서 최소 15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내야 목표인 90개 이상이 달성된다.
따라서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의 어깨가 무겁다. 아시아경기 수영 개인종목에서 2회 연속 3관왕을 차지한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자유형 4개 종목을 포함해 최대 7개의 메달에 도전한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도 2위 프로젝트의 ‘화룡점정’이 돼줄 선수다. 손연재는 최근 월드컵 개인종합에서 세계적인 강자들을 누르고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아시아경기 금메달 전망을 밝혔다.
일본은 1998년 대회 이후 50개 안팎의 금메달을 획득해 왔다. 자국으로 유치한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최고의 성적을 낸다는 목표로 엘리트 스포츠의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당장 인천에서 빼어난 성과를 이루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강세 종목은 육상과 수영, 유도 등이다. 하지만 수영은 중국에, 육상은 중국과 중동세에 밀리고 있다. 유도도 한국 등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어 일본의 금메달 작전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톱 10’ 재 진입 노리는 북한
북한이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때에 이어 선수단을 파견함에 따라 이번 대회는 아시아를 넘어선 세계적인 관심사로 주목받게 됐다. 북한은 이번 대회 14개 종목에 선수 150명을 포함한 352명의 선수단을 보낸다. 2002년 부산 대회 때 금메달 9개를 따내 종합 9위에 오른 북한은 12년 만에 아시아경기 메달 순위 ‘톱 10’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
북한이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최근 암흑기에 마침표를 찍을 경기력 향상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가 출범한 뒤 체육강국을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정권 위상 제고와 체제 선전을 위한 수단으로 해석되는 이런 정책 기류에 힘입어 북한 체육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집중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최근 아시아경기 성적은 북한 체육의 심각한 침체기를 대변한다. 북한은 1974년 테헤란 대회부터 2002년 부산 대회까지 줄곧 종합순위에서 10위 안에 들었다. 그러나 2006년 도하 대회에서 16위,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12위에 머물렀다.
북한의 출전 종목은 축구 역도 육상 체조 사격 유도 복싱 수영 레슬링 탁구 양궁 카누 조정 공수도다. 이미 아시아 정상급으로 평가되는 종목도 있고 베일에 싸여 있는 종목도 있다. 북한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해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역도에서 남자 56kg급의 엄윤철, 62kg급의 김은국, 여자 69kg급의 임정심이 금메달, 여자 48kg급의 양춘화가 동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유도 52kg급의 안금애는 금메달을 땄고 남자 레슬링 자유형 55kg급의 양경일이 동메달을 따는 등 격투 종목에서 경쟁력을 확인했다.
지난해 동아시아연맹컵대회를 제패한 북한의 여자 축구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된다. 김혁봉과 김정 조는 지난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혼합복식 우승을 차지하며 이 종목의 새 시대를 예고했다. ‘도마 달인’ 양학선(한국)과 금메달을 놓고 최고 난도의 기술을 겨룰 기계체조의 이세광도 주목된다. 광저우 대회에서 3위에 오른 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여자 마라톤의 김금옥도 눈에 띄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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