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아경기D-1]2002년엔 야구·남자농구·남자배구 金… 과연 2014년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8일 03시 00분


야구 축구 농구 배구… 4대 프로종목 금 전망

《 안방에서 열리는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국내 4대 프로 종목이 모두 정상에 오르는 새 역사를 쓸 수 있을까. 남녀를 포함해 4개 모두 정식 종목이었던 2002 부산 아시아경기에서 한국은 야구, 남자농구, 남자배구가 나란히 우승을 차지했고 남자축구는 동메달, 여자농구와 여자배구는 은메달을 땄다. 여자축구는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12년이 지난 인천에서는 어떨까. 4개 종목의 메달 가능성을 짚어 본다. 》

▼프로 23명 아마 1명… 전원 국내파로 구성, 첫 과제는 24일 대만전▼

인천 아시아경기에는 금메달 439개가 걸려 있다. 많은 금메달 가운데 소중하지 않은 게 어디 있으랴마는 야구는 조금 특별하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이기에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단순히 금메달 하나 추가하는 차원이 아니다.

많은 국민이 한국의 우승을 당연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 이후 5차례의 아시아경기에서 3번 우승했다. 게다가 가장 최근인 4년 전 광저우 아시아경기 결승에서 대만을 완파하며 금메달을 땄으니 자신감을 가질 만도 하다. 하지만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한다. 2006년 동메달에 그친 ‘도하 참사’도 자만심과 방심이 부른 결과였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지휘하는 대표팀은 프로 선수 23명과 아마추어 선수 1명을 최종 엔트리에 올렸다. 그중 군 미필자가 13명이나 돼 논란이 일었지만 9전 전승 우승의 신화를 쓴 2008 베이징 올림픽 때도 군 미필자는 13명이었다.

아시아경기에서 야구는 사실상 한국, 일본, 대만 3개국의 싸움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대만, 태국, 홍콩과 B조에 속했다. 24일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대만을 꺾는 게 첫 과제다.

대만은 국제무대에서 번번이 한국의 발목을 잡았던 팀이다. 한국은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대만에 4-5로 지는 바람에 2004 아테네 올림픽 출전권을 따지 못했다. 2006 도하 아시아경기에서도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2-4로 패해 금메달 꿈이 물거품이 됐다. 한국은 대만에 이어 사회인야구 선수들로 이뤄진 일본에도 패해 역대 최악의 성적인 동메달에 그쳤다. 대만은 당시 결승에서 일본을 8-7로 꺾고 처음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대만 대표팀은 전원이 국내파로 채워진 한국과 달리 해외파가 13명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투수로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왕웨이중(밀워키)을 비롯해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는 장사오칭(클리블랜드), 청런훠, 왕웨린(이상 시카고 컵스), 후즈웨이, 뤄궈화(이상 미네소타), 일본 프로야구의 에릭 첸(요코하마) 등이 이름을 올렸다.

22세인 왕웨이중은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는데 아직은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두 자리 승수를 올리고 있는 천웨이인(볼티모어)과 왕젠민(시카고 화이트삭스) 등 대만을 대표하는 메이저리거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해외파 대부분이 시속 150km 이상의 빠른 공을 갖고 있어 경계해야 한다.

타선 역시 주리런(클리블랜드), 장진더(피츠버그), 판즈팡(오클랜드), 장즈셴(볼티모어) 등 마이너리거들이 주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 전력 분석원이기도 한 김정준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대만의 경우 최종 엔트리에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8월 초 발표한 24명이 그대로 참가한다고 가정하면 늘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낯선 투수를 상대로 타자들이 고전하는 사례가 많기에 이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구가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던 1994년 자국에서 열린 히로시마 아시아경기에서 정상에 올랐던 일본은 이번에도 전원 사회인야구 선수들로 엔트리를 꾸렸다. 한국은 히로시마 아시아경기 때 대학 대표팀 위주로 팀을 꾸렸고,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부터 해외파 및 프로 선수들로 ‘드림팀’을 구성해 2006 도하 아시아경기를 빼곤 모두 우승했다.

김정준 위원은 “일본 투수들의 경우 제구력을 갖춘 기교파 선수들이 대부분인데 그렇게 강해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 대표팀과 전력 차가 꽤 있다”고 평가했다.

女 ‘세계 최고 공격수’ 김연경 男 ‘주포’ 박철우 앞세워 사상 첫 동반우승 꿈꿔▼

한국 배구는 인천에서 사상 첫 남녀 동반우승을 노린다.

1978 방콕 아시아경기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한국 남자배구는 2002 부산 아시아경기와 2006 도하 아시아경기에서도 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2010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는 ‘수비의 핵’ 레프트 석진욱이 경기 중 부상을 당한 탓에 숙적 일본에 역전패하며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대표팀 박기원 감독은 국방부의 협조를 얻어 상근예비역으로 복무 중인 세터 한선수를 어렵게 합류시켰다. 주포 박철우와 지난 시즌 신인왕 전광인, 전광인과 신인왕을 다퉜던 송명근 등 공격수들이 한선수와 제대로 호흡을 맞춘다면 전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다만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훌쩍 큰 이란이 금메달로 가는 최대 걸림돌이다. 남자부는 총 16개국이 출전해 4개조로 나뉘어 예선전을 치르는데 한국은 카타르 카자흐스탄 대만과 함께 A조에 속해 있다.

1994 히로시마 아시아경기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을 맛본 여자배구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 김연경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 한국 여자배구는 4년 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김연경을 앞세워 준결승까지 승승장구했지만 결승에서 다잡은 승리를 안방 팀 중국에 내주며 아쉬움을 삼켰다. 여자부는 모두 9개국이 출전하는데 한국은 태국, 일본, 인도와 함께 A조다.

▼男, 말레이시아 女, 태국 꺾고 ‘금빛 시동’▼

야구와 함께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축구는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남녀가 첫 동반 금메달을 노린다. 남자 축구는 1986 서울 아시아경기대회 이후 28년 만에 금메달에 도전하고 여자 축구는 역대 첫 금메달을 노린다.

남자 축구는 월드컵에 8회 연속 진출한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이지만 유난히 아시아경기와는 인연이 없었다. 역대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 3개(1970·1978·1986), 은메달 3개(1954·1958·1962), 동메달 3개(1990·2002·2010)를 따내는 데 그쳤다.

특히 2002 부산 아시아경기에서는 박지성과 이영표, 이운재, 이천수 등 한일 월드컵 멤버들과 스트라이커 이동국까지 가세한 초호화 멤버로 나섰으나 이란에 막혀 동메달에 그쳤다.

2010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도 박주영, 구자철(마인츠), 지동원(도르트문트), 김영권(광저우), 김승규(울산) 등 올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활약한 주축 대표 선수들이 금메달에 도전했으나 준결승에서 아랍에미리트에 덜미를 잡혔다.

이번 대회 예선 A조 1번 시드를 받은 남자 대표팀은 14일 조별리그 1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3-0으로 꺾고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한국은 말레이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라오스와 같은 조에 속했다. 중동의 강호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잡고 조 1위를 확정짓는 게 1차 목표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14일 라오스를 3-0으로 꺾고 만만치 않는 경기력을 과시했다.

한국이 조 1위를 할 경우 16강전에서 B조 1위가 유력한 우즈베키스탄을 피하고 홍콩,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 중 한 팀과 편안한 16강을 치르며 8강을 준비할 수 있다.

8강에서는 C조 1위와 D조 2위 승자와 맞붙는데 C조 1위는 오만, 죽음의 조로 꼽히는 D조에서는 일본과 쿠웨이트, 이라크 중 한 팀이 올라올 것이 유력하다. 일본이 조별리그에서 부진해 조 2위로 16강전에 올라올 경우 8강에서 숙명의 한일전이 열려 결승으로 가는 첫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0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낸 일본은 2연패를 노린다.

8강의 산을 넘을 경우 준결승에서는 전력상 이란을 피해 태국, 중국(혹은 북한), 아랍에미리트 중 한 팀과 만날 가능성이 크다.

여자 축구 역시 전력상 일본과 북한에 뒤지지만 안방 이점을 안고 금메달에 도전한다. 주포 박은선이 러시아에 진출하면서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지만 최전방 공격수로 영국 첼시에서 활약 중인 지소연이 8강전부터 합류하게 돼 숨통이 트였다. 예선 A조에 속한 여자 대표팀은 14일 태국을 5-0으로 완파하고 금빛 시동을 걸었다. 조 1위를 차지하면 B조 혹은 C조 3위와 8강을 치르기 때문에 준결승 진출은 무난하다. 대진상 29일 준결승에서 C조 1위가 유력한 북한과 대망의 남북 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어게인 2002’… 남자농구 다시 한 번 기적에 도전!▼

‘어게인 2002’다. 남자 농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의 환희가 가시기도 전에 그해 열린 부산 아시아경기에서 ‘만리장성’ 중국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1982년 뉴델리 아시아경기 이후 20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준결승 필리핀전에서도 경기 종료 전까지 뒤지다 이상민 현 삼성 감독의 역전 버저미터 3점포로 결승에 오르는 기적을 연출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 대표팀은 기적에 다시 한 번 도전한다. 2002년 당시에는 중동세가 강하지 않아 중국이 유일한 적수였지만 이번 대회는 상황이 다르다. 중국이 건재하고 이란, 필리핀에 카타르, 요르단 등의 중동세도 급성장해 치열한 전쟁이 예상된다.

9월 스페인 농구 월드컵에 한국과 나란히 출전한 이란과 필리핀은 예선에서 1승씩을 거두며 수준급 경기력을 과시해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팀은 40분 내내 풀 코트를 활용하는 전면 강압 수비 등 다양한 변칙 수비 전술로 우승을 노리는 상대의 막강한 공력력을 저지할 계획이다. 중국의 높이, NBA 출신인 이란의 218cm 괴물 센터 하메드 하디디를 맞아 김종규(LG), 이종현(고려대) 등이 얼마나 버텨주느냐가 관건이다. 개인기가 뛰어난 필리핀 가드진의 봉쇄 여부도 금메달로 가는 길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 이후 20년 만에 금메달에 도전하는 여자 농구 대표팀은 중국, 일본과 경쟁한다. 4년 전 광저우 아시아경기 성적에 따라 8강에 자동으로 합류한 여자 대표팀은 약체와 8강전을 치른 후 준결승에서 일본을 만날 것이 유력하다.

결승전 상대는 이변이 없는 한 중국이다. 2006과 2010년 아시아경기 결승전에서 중국에 내리 당한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하지만 지난해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 대회에서 한국에 패배를 안긴 일본도 방심할 수 없다. 다만 중국과 일본이 아시아경기 기간과 일정이 겹친 세계여자농구선수권에 1진을 출전시키는 것이 대표팀에는 호재다.

이승건 why@donga.com·유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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