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기간 짧아 선수 특성 변화 힘들어 감독의 선수 능력 파악과 팀워크 중요 작전대로 움직이는 선수들 희생 필요
야구대표팀에게는 항상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실패도 있었다.
우리 기억에도 생생한 삿포로와 도하 참사가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다. 2003년 삿포로에서 벌어졌던 2003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겸 2004아테네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 대만 일본 중국이 참가해 2승만 하면 됐지만 11월 5일 첫 경기에 대만에 4-5로 패하면서 모든 것이 어그러졌다. 11월 7일 일본에 0-2로 지면서 한국은 올림픽 본선에 나가지 못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때도 한국은 동메달에 그쳤다. 11월 30일 첫 경기 대만전에서 2-4로 패배, 12월 2일 두 번째 경기 일본전 7-10으로 져 나머지 3경기를 모두 콜드게임으로 이기고도 금메달의 꿈을 날려버렸다.
잊고 싶은 기억이지만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도 있다. 공교롭게도 김재박(사진) 전 LG감독 겸 KBO 경기운영위원에게는 주홍글씨처럼 그 두 번의 드림팀 실패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평소 입이 무겁고 겉으로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서 많은 오해를 받고 있는 그에게 어렵지만 2차례 패배의 교훈 속에서 인천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게 주는 충고를 들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워크
팀워크는 김재박 전 감독뿐 아니라 모든 야구인들이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한다. 대표팀은 저마다 팀에서 가장 잘난 선수들이 모인 곳이다. 김 전 감독은 선수마다 처한 위치에 따라 생각도 다르고 짧은 기간의 대회가 끝나면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선수들의 마음을 얼마나 잘 뭉쳐내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희생을 첫 번째 덕목으로 꼽았다. 팀 배팅을 잘해 주자를 더 앞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기본이며 야구의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류중일 감독은 이번 드림팀을 선발할 때 선수들의 멀티능력을 특별히 강조했다. 26명의 선수를 쓸 수 있고 오늘 져도 내일이 있는 페넌트레이스와는 다른 22명의 엔트리 요원 가운데 필요한 순간에 선수를 써서 반드시 그 경기를 이겨야하기 때문에 감독이 원하는 작전을 잘 수행해줄 능력을 가진 선수들을 원했다.
야구는 때의 경기다. 선수들은 감독이 원하는 그 능력을 필요한 순간에 보여줘야 한다. 그것은 선수들을 빛나게 하는 플레이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번트일수도 있고 대수비 대주자 혹은 불펜에서 투수의 공을 받아주는 허드렛일일수도 있지만 이를 거부하거나 싫어하면서 불평을 늘어놓는 선수가 생기면 팀은 깨진다. 김 전 감독은 “선수들의 마음을 모으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잘 구슬려서 따라오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 감독은 선수의 장점만 보고 살려야
야구대표팀은 급조된 팀 인만큼 류중일 감독의 선수파악 능력도 중요하다고 봤다. 소속 팀에서 오래 데리고 있던 선수라면 특정 상황에서의 플레이 습관, 멘탈의 한계까지 다 알 수 있지만 대표팀 선수들은 다른 팀 선수다. 감독이 모든 선수들의 기량 전부를 파악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라고 했다. 굳이 단점을 수정하는데 시간을 보낼 것이 아니라 장점만 살려서 지금의 플레이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전 감독은 “선수를 바꾸는 것은 힘들다. 대회가 짧은 기간에 열려 그럴 시간도 없다. 단기전이라 감독이 경기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다 파악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감독의 역량이 페넌트레이스 때보다 훨씬 중요하다. 뒤에서 모든 사람이 다 지켜보고 있어서 어느 경기보다 스트레스도 많다. 류중일 감독이 그 힘든 일을 잘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