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한국시간)부터 20일까지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리고 있는 제51회 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선 50여명의 심판들이 활약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2명의 한국인 심판도 포함돼 있다. 국제사격연맹(ISSF) 김일환(전 KB국민은행 감독) 기술위원과 이관춘(전 서울시사격연맹 전무·이상 61) 러닝타깃 분과위원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대회에 초청된 아시아 심판은 태국인 1명을 포함해 3명뿐이다.
김 심판은 2004년 ISSF 기술위원에 선임된 이후 10년간 ISSF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아시아사격연맹 부회장(2004∼2011년)을 역임하는 등 스포츠외교에 일익을 담당해왔다. ISSF의 규칙 개정 등을 담당하는 기술위원회는 총 6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김 심판은 이 중에서도 베테랑 위원이다. 이 심판 역시 2004년부터 10년간 러닝타깃 분과위원 직함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2018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 유치 과정에서도 국제사격계의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큰 힘을 보탰다.
사격에서 심판은 선수들의 복장·장비 등을 검사하고, 경기를 진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사격에선 심리적 부분이 경기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심판의 지적사항 하나하나가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2012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장미(22·우리은행)의 경우 중국인 심판들이 사소한 부분을 트집 잡으며 견제하기도 한다. 김 심판은 “심판들 사이에서도 신경전이 오고갈 때가 있다. 만약 한국선수에게 불이익을 주면 ‘두고 보자’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고 밝혔다. 결국 한국인 심판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선수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국제대회에서 한국인 심판이 배정되면, 한국선수들은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낀다.
김 심판은 “스포츠외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후배들이 행정적인 분야에서도 국제무대에 많이 진출해야 한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진종오(35·kt)가 ISSF 선수위원에 출마한 것도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역대급’ 성적을 기대하고 있는 한국사격의 또 다른 힘은 이처럼 국제사격계를 향한 왕성한 활동력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