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황제’ 진종오(35·kt·사진)는 2014인천아시안게임 한국선수단의 초반 메달 레이스를 이끈다. 20일 남자 50m 권총 개인·단체전과 21일 남자 10m 공기권총 개인·단체전에서 아시아 정상에 도전한다.
사실 진종오에게 아시아 무대는 비좁다. 이미 2004아테네대회 50m 권총 은메달을 시작으로 2008베이징대회 50m 권총 금메달·10m 공기권총 은메달, 2012런던대회 50m 권총·10m 공기권총 2관왕 등 올림픽에서만 5개의 메달(금3·은2)을 목에 걸었다. 인천아시안게임 직전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제51회 세계사격선수권에서도 2관왕을 차지했다. 특히 이 대회 50m 권총에선 ‘마의 벽’으로 여겨지던 세계기록(581점)을 34년 만에 경신(583점)하며 “입신(入神)의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 중국도 옥련국제사격장에서 훈련…감도는 전운
그러나 세계선수권의 성과 때문에 인천에서의 부담감은 더 커졌다. 14일 귀국 이후 시차적응도 아직 완벽하지 않은 상태다. 15일 인천아시안게임 선수촌에 들어간 진종오는 대회가 열릴 옥련국제사격장에서 마지막 감각을 조율해왔다. 18일에는 전날 입국한 중국사격선수단도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전운이 감돌았다. ‘중국사격의 영웅’ 왕이푸 감독이 이끄는 중국대표팀에는 베이징올림픽 남자 10m 공기권총 금메달리스트 팡웨이(28) 등 세계 정상급의 선수들이 포함돼 있다. 진종오는 이날 실전을 앞두고 장비검사를 하며 금빛 총성을 울릴 준비를 마쳤다.
● 진종오 “눈과 귀 닫고 있다가 사격장에 나갈 것”
홈에서 열리는 대회는 심리적 요소가 중요한 사격선수들에게 더 큰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진종오도 18일 전화통화에서 현재의 상태를 솔직히 고백했다. “사실 요즘 많이 예민합니다. 주위 사람들의 한마디가 한마디가 저에겐 다 부담이에요. 눈과 귀를 닫고 있다가 곧바로 사격장에 나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곳곳에서 사격스타를 알아보고 사진촬영과 사인을 요청하는 것도 집중력을 흐트러트린다. 그러나 ‘권총황제’는 어떤 상황에서도 의연함을 유지하며 방아쇠를 당겨왔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자신을 믿고 경기에 임할 뿐이다. “무수한 국제대회를 치러봤지만, 금·은·동은 경기 당일 하늘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말이 더 필요하겠어요. 최선을 다해 한발 한발 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기운이 전달될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