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잔치는 시작됐다 전희숙(30·서울시청)이 21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아경기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환호하고 있다. 왼손잡이인 전희숙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고양=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여자는 2인자들의 반란, 남자는 라이벌의 묘기 대결.’ 인천 아시아경기 펜싱이 한국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20일과 21일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펼쳐진 남녀 개인 4개 종목에서 한국은 금메달을 모두 휩쓸었다. 여자 플뢰레 4강에서 남현희(33·성남시청)와 전희숙(30·서울시청)이 맞대결한 것을 빼고, 4개 종목 중 3개 종목에서 한국 선수끼리 결승전을 벌였다.
볼거리도 확실했다. 여자 사브르와 플뢰레에서는 주목을 끌지 못했던 2진 선수가 대표팀 간판스타들을 제압하고 금메달을 따냈다. 20일 남자 에페에서는 정진선(30·화성시청)과 박경두(30·해남군청)가, 21일 남자 사브르에서는 구본길(25)과 김정환(31·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모두 결승에서 화려한 묘기 대행진으로 관중들을 펜싱의 매력에 빠지게 했다.
대회 2연패 ‘훈남 검객’의 환호 구본길(25·국민체육진흥공단)이 21일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아경기 펜싱 남자 사브르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남자 사브르 결승에서 15-13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건 구본길은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이어 2연패에 성공했다. 구본길은 “숨이 가쁠 때 한 번 더 움직인다는 생각으로 집중했다”며 “한국 선수끼리 결승전을 벌여 부담을 덜고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희숙과 여자 사브르의 이라진(24·인천 중구청)은 펜싱 인생 최고의 감격을 누렸다. 21일 여자 플뢰레 4강에서 아시아경기 3연패를 노리던 한국 펜싱의 간판 ‘엄마 검객’ 남현희를 꺾은 전희숙은 결승에서 중국의 에이스 리후이린을 15-6으로 제압하며 개인 첫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따냈다. 전희숙은 “마지막 아시아경기라 생각하고 목숨을 걸고 했다”며 “6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큰 힘이 됐는데 금메달 영광을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돌리겠다”고 말했다.
20일 여자 사브르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낸 이라진도 만년 2인자의 설움을 털어냈다. 이라진은 그동안 주요 국제종합대회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딴 적이 없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여자 단체전 은메달과 2013년 카잔 하계유니버시아드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뿐이다. 게다가 이번 대회 결승전 상대는 한국 대표팀이 가장 확실한 금메달 후보로 꼽았던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지연(26·익산시청)이었다. 그러나 이라진은 결승에서 빠른 전진 스텝을 통해 김지연의 왼쪽 상체 목 부분과 왼팔을 저돌적으로 공략했다.
이라진은 무엇보다 아시아경기 전에 꿈꿔 왔던 대결이 이뤄진 것에 기뻐했다. “이번 대회에서 꼭 지연이 언니하고 결승에서 붙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생각했거든요. 언니하고 경기하는 동안 초조했고 이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다음 올림픽 때도 이런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23일 한국 펜싱은 남자 플뢰레와 여자 에페 개인전에서 사흘 연속 금메달 싹쓸이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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