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싸웠다. 그래서 더 아쉬웠다. 한국 펜싱이 두 개의 금메달을 눈앞에 두고 눈물을 삼켰다.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하게 칼끝을 겨눴기에 한숨이 더 깊었다. 2년 전의 한을 풀지 못한 신아람(24·계룡시청)은 “정말 너무 아쉽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신아람은 22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에뻬 결승전에서 중국의 쑨위제와 연장 접전을 펼친 끝에 5-6으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랭킹 3위인 쑨위제는 신아람이 런던올림픽 3·4위 결정전에서 패했던 바로 그 상대다. 신아람은 4강에서 팀 동료 최인정을 꺾고 결승에 올랐지만, 연장전에서 쑨위제에게 회심의 공격을 허용해 한 점차로 분패했다. 신아람은 경기 후 “한 점 차이로 금메달을 놓쳐 너무 아쉽다”며 “다급한 상황에서 더 침착하게 경기를 했어야 했는데 최고의 경기를 하지 못해 정말 너무 아쉽다”고 되뇌었다.
허준(26·로러스)도 남자 플뢰레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마젠페이(중국)를 상대로 끈질긴 접전을 펼쳤지만, 13-15로 패했다. 8강에서 팀 동료 손영기를 제치고 4강에 오른 허준은 준결승에서 일본의 에이스 오타 유키를 만나 15-14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체력 소모가 컸던 탓인지 결승 경기 도중 다리에 쥐가 났고, 결국 2라운드가 끝난 뒤 피스트에 누워 트레이너의 마사지를 받아야 했다. 다시 일어선 허준은 마젠페이와 13-13까지 끈질기게 맞붙었지만, 마지막 두 번의 접근전에서 당해 결국 금메달 획득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허준은 경기 후 “다리에 쥐가 난 것과 관계없이 실력으로 졌다”며 “상대가 나보다 더 과감했고, 역시 랭킹(허준은 세계랭킹 15위)은 속일 수 없었다”고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다만 “후회 없이 하려고 했는데 막상 지니 속상하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나 둘의 아시안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단체전에서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한다. 신아람은 “이 아쉬움을 단체전에서 꼭 풀고 싶다”고 했고, 허준도 “피스트에서 죽겠다는 생각으로 단체전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