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헌은 2014인천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리드오프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걱정은 없다. 그는 올 시즌 원 소속팀인 두산에서 1번타자로 커리어하이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미 역대 개인최다타점(76타점), 홈런(11홈런), 득점(82득점)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쟁쟁한 타자들과 타격왕 경쟁을 벌일 정도로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타석에서 존재감이 빼어나다. 한국프로야구에 ‘강한 1번타자’라는 새로운 정의를 써내려가고 있다. 성적이 오르니 영예도 따라오고 있다.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 베스트11에 선정됐고, 국가대표팀에 발탁되는 영광을 안았다.
민병헌의 질주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표팀에서 그는 백업 멤버로 평가됐다. 대표팀이 소집되기 전부터 외야는 좌익수 김현수(26·두산)~중견수 나성범(25·NC)~우익수 손아섭(26·롯데)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표팀 합류 후 민병헌은 1번 주전 우익수 자리를 꿰찼다. 당초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1번에 황재균(27·롯데)을 넣으려고 했으나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아 민병헌을 1번에 내세웠다. 그가 원 포지션이었던 우익수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손아섭이 지명타자로 뛰게 됐다.
류 감독의 타순 실험은 성공이었다. 민병헌은 한국의 첫 경기였던 22일 태국전에서 3타수 2안타 3득점 1타점 1도루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회 첫 타석에서 좌전안타로 출루해 2루를 훔쳤고, 김현수의 우월적시2루타 때 홈을 밟았다. 한국팀에 안긴 귀중한 첫 득점이었다.
이뿐 아니다. 리드오프는 공격의 물꼬를 터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긴장되는 국가대항전에서 낯선 투수들의 공을 공략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지만 민병헌은 매 경기 첫 타석부터 안타를 쳐내며 상대를 괴롭히고 있다. 24일 대만전에서도 당당히 1번 타순에 이름을 올렸고, 1회부터 안타를 때려내며 대량 5득점의 발판을 놨다. 2연속 경기 멀티히트에 벌써 4득점째다.
민병헌이 잘 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태극마크에 대한 간절함 때문이다. 국가대표는 프로에 들어와서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일이었고, 야구를 하면서 꼭 한 번은 해보고 싶었던 경험 중 하나였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들에게 금메달을 선물해주고 싶은 마음도 크다. 아직 너무 어려 아빠가 야구선수인지도 모르지만, 나중에 자랑스러운 아빠로 기억되기 위해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믿는 구석도 있다. 최근 태어난 둘째 딸이다. 첫째 아이만큼이나 예쁜 둘째를 보면 없던 힘도 솟아난다는 그는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좋은 일이 생긴다. 이 아이가 복덩이가 됐으면 좋겠다”며 금메달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 바 있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를 위해, 그리고 대한민국을 위해 민병헌은 열심히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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