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아경기]대표로 또 부른 감독, 금메달 걸어준 ‘왼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男배드민턴 이득춘 감독과 이현일
2013년 취임 李감독, 단식 보강 위해 2012년 대표 은퇴 이현일 복귀 설득
단체전 우승 절묘한 ‘신의 한 수’

‘셔틀콕 끝판왕’ 이현일(오른쪽)이 중국을 꺾고 12년 만에 따낸 배드민턴 단체전 금메달을 24일 이득춘 감독에게 걸어주고 있다.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셔틀콕 끝판왕’ 이현일(오른쪽)이 중국을 꺾고 12년 만에 따낸 배드민턴 단체전 금메달을 24일 이득춘 감독에게 걸어주고 있다.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제자가 걸어주는 금메달을 목에 건 스승의 얼굴에서는 환한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24일 인천 아시아경기 선수촌에서 만난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이득춘 감독(52)과 맏형 이현일(34·MG새마을금고)이었다.

이 감독은 “선수 때 걸어보고 28년 만이다. 하늘을 나는 것 같다. 현일이가 큰일을 해냈다”며 기뻐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던 이 감독은 지도자로서 다시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한국 배드민턴은 전날 밤 열린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5시간 넘는 마라톤 승부 끝에 자정이 다 돼서야 중국을 3-2로 꺾었다. 난적 일본과의 8강전에서 마지막 출전 선수로 3-2 승리를 매듭지었던 이현일은 이날도 2-2로 맞선 상황에서 3단식 주자로 나서 황금빛 대미를 장식해 ‘셔틀콕 끝판왕’이 됐다. 이현일은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뒤 12년 만에 두 번째 금메달을 수집했다.

지난해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 감독은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했던 이현일에게 6월 다시 태극마크를 달게 했다. 이 감독은 “취약 포지션인 단식 보강을 위해 꼭 필요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현일 역시 “감독님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다. 후배들도 형과 같이 뛰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 긴박한 때 내가 나섰지만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해봐 떨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표팀 막내로 출전한 12년 전 부산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 병역을 면제받았던 이현일은 이번 대회에서 눈부신 활약으로 후배 5명에게 병역 혜택을 선물했다. 이 중 고성현은 전역 일을 딱 1년 앞두고 제대하게 됐다.

20년 가까이 주니어 대표팀을 이끌며 이현일 등 유망주 육성에 기여했던 이 감독은 섬세하고 따뜻한 리더십으로 대표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경기 후에는 승패를 떠나 선수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격려했던 이 감독은 중국과의 결승에서 이현일을 상대 최강 린단을 피해 3단식으로 배치하는 절묘한 오더(순서) 싸움까지 펼쳤다.

또 이 감독은 중국 대표팀 출신의 트레이너와 인도네시아 출신 단식 코치를 영입했고, 심리학 박사를 주요 대회에 동행하게 해 선수들의 정신력 관리에 활용하는 등 다각적인 지원을 주도했다. 한국 배드민턴은 안방에서 열린 3차례 아시아경기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그 중심에 이득춘 감독과 이현일의 왼손이 있었다.

인천=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이득춘#이현일#배드민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