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힘차게 마지막 1.15m 높이 11번 장애물을 훌쩍 뛰어넘고 착지한 순간, 태극 마크가 선명하게 찍힌 헬멧을 쓴 기수는 한 팔을 높게 지켜들고 포효했다. 한국 승마의 역사적인 순간을 알리는 세리머니였다.
26일 인천 드림파크 승마장에서 벌어진 인천 아시아경기 승마 종합마술 개인전 결승에서 송상욱(41·렛츠런승마단)이 금메달을 따냈다.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에서 최명진이 종합마술에서 금메달을 따낸 후 28년 만의 쾌거다.
종합마술은 사흘 동안 마장마술, 크로스컨트리, 장애물의 세 종목에서 합산한 페널티 점수(감점)가 가장 낮은 순으로 메달을 가린다. 앞서 마장마술과 크로스컨트리에서 가장 낮은 페널티 점수(37.90)로 1위를 차지한 송상욱은 마지막 장애물 경기에서도 완벽한 연기로 페널티를 받지 않고 1위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위로 장애물에 나섰던 여자 선수인 방시레(26·렛츠런승마단)는 41.30점으로 극적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송상욱과 방시레의 활약으로 나라별 출전 선수 4명 가운데 상위 3명의 점수를 합산해 메달을 가리는 단체전에서도 한국은 133.0점으로 일본(142.50점)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이 종합마술 단체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은 아시아경기 사상 최초다.
1997년 국가대표를 시작한 송상욱은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 장애물 비월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종합마술 경기 도중 불의의 사고로 말에서 떨어져 유명을 달리한 선배 고 김형칠을 바로 눈앞에서 잃었다.
송상욱은 "도하 아시아경기 때 내 바로 앞 경기에서 김형칠 선배가 사고를 당하셨다"며 "당시 금메달로 영전에 보답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8년 만에 두 개의 금메달로 인사할 수 있게 돼서 마음이 좋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대회 마장마술에서 개인과 단체전 5연패를 달성한 한국 승마는 종합마술에서 개인과 단체전을 석권하며 잔칫날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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