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대표팀의 ‘맏언니’ 박결(18·동일전자정보고3)이 한국여자골프를 살렸다. 28일 인천 드림파크 골프장(파72)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골프 여자 개인전 최종 4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몰아쳐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태국의 붓사바콘
수카판(18언더파 270타)을 1타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한국은 2006년 도하대회, 2010년 광저우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 골프 여자 개인전 3회 연속 우승을 이어갔다.
극적이었다. 16번홀까지 공동선두를 이뤄 금메달을
자신할 수 없었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7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에야 두 팔을 들고 기뻐했다. “17번홀까지
성적을 알지 못했다. 태국선수가 보기를 했지만, 내가 1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마지막 버디 퍼트를 남기고 ‘꼭 넣어야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목숨 걸고 쳤는데 버디가 됐다.” 마지막 18번홀의 버디 퍼트는 박결에게 생애 최고의 선물이
됐다.
박결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골프를 배웠다. 전남 순천에서 스포츠센터를 운영하는 아버지 덕분에 일찍 시작할
수 있었다. 국가대표로 뽑히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아시안게임대표로 선발된 이소영(16·안양여고2), 최혜진(15·학산여중3)보다
나이는 많지만, 대표 경력은 더 짧다.
아시안게임 전까지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국제대회 우승이라곤 4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퀸시리키트컵(범태평양 여자골프대회) 단체전 우승이 전부였다. 개인전 우승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빠르게 성장했다.
박결의 가장 큰 장점은 꾸준함이다. 2011년과 2012년 상비군(약 30명)으로 활약했다.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오며 2년 만에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여자골프대표팀 김순희 코치는 “몰아치는 선수도 아니고, 튀지도 않는다. 그 대신 무너지지 않고 항상 꾸준한
성적을 내는 게 박결의 장점”이라며 “처음 대표가 됐을 때는 쇼트게임이 약한 편이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훈련했고, 체력을 보강하면서 실력이 많이 좋아졌다. 특히 박결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국제대회 출전도 자제하고 아시안게임에
집중하면서 오로지 금메달만 바라봤다. 땀의 대가가 금메달로 돌아왔다”고 칭찬했다.
다음 목표는 프로무대 도전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면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정회원 자격을 얻었다. 11월 시드전만 통과하면 내년부터 KLPGA
정규투어에서 뛸 수 있다. 박결은 “미국의 줄리 잉스터처럼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 결혼 후에도 아이들과 함께 투어에
출전하고 있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나도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은 여자 단체전에선 태국에 이어 은메달에 만족하며 아시안게임 4회 연속 우승에 실패했다. 한국은 박결과 이소영이 합계 545타(3명 중 상위 2명 성적 합계)를 쳐 태국(538타)에 7타 뒤진 2위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