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여·김광민감독, 준결승전 앞두고 웃으며 인터뷰 현역 시절부터 인연 …경기질문 나오자 긴장감 팽팽
2014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북한선수단의 표정은 대개 무뚝뚝하다. 좋은 기록을 내도 김정은 북한 제1국방위원장을 향한 찬양만 반복한다.
그러나 남북대결로 펼쳐질 여자축구 준결승을 하루 앞둔 28일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양측의 공식 기자회견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한국 윤덕여(53) 감독과 북한 김광민(52) 감독은 화기애애했다. 두 감독은 환한 낯으로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며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수고스러운, 사진기자들의 악수 장면 연출 요구에도 흔쾌히 응했다.
“밥은 챙겨먹고? 식사는?”(윤 감독)
“당최 묵(먹)을 게 없다. 야∼.”(김 감독)
한 살 터울의 둘은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 현역 시절부터 서로를 잘 알고 지내왔다. 남북 간의 화해무드가 감돌던 시절에 소중한 추억을 쌓을 기회가 많았다. 1989년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990이탈리아월드컵 아시아 예선, 1990년 7월 베이징 다이너스티컵, 1990년 10월 평양과 서울을 오간 통일축구에서도 마주했다.
윤 감독은 “김광민 감독뿐 아니라 북한남자대표팀 윤정수(52) 감독과도 잘 알고, 잘 지내왔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과 북측 통역관의 입가에도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다. 북한 고위 임원도 윤 감독이 청한 악수를 피하지 않고 “잘 싸우자”는 격려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래도 승부는 승부. 태극낭자들은 역대 최고 성적을 꿈꾼다. 4년 전 광저우에서 딴 동메달을 넘어 금메달을 노린다. 당시 한국은 북한과의 4강전에서 패한 뒤 3·4위전에서 중국을 꺾었다. 윤 감독과 김 감독의 첫 벤치 대결이었던 지난해 7월 동아시안컵 때는 북한이 2-1로 이겼다.
화제가 경기로 향하자 은근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윤 감독이 “북한은 강한 체력에 빠른 공수전환을 자랑하지만 우린 이를 파고들겠다. 잠시 우정은 잊겠다”고 하자, 김 감독도 “과거 몇몇 (남북)대결에서 왜곡된 판정이 나왔다. 공정한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며 홈 어드밴티지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한국은 북한과의 여자축구 역대 전적에서 1승1무12패로 열세고, 아시안게임에선 4전패를 당했다. 북한여자축구는 아시안게임에서 금 2개, 은 2개, 동 1개를 따낸 전통의 강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