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로 본 AG] 한국양궁 잘 키운 협회, 힘 실어준 현대차그룹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9월 30일 06시 40분


한국양궁이 30년 넘게 세계 정상을 지킬 수 있는 데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속적 관심과 지원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특히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대를 잇는 양궁사랑’은 한국양궁의 든든한 토대다. 정몽구 회장(오른쪽)이 양궁대표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기아자동차그룹
한국양궁이 30년 넘게 세계 정상을 지킬 수 있는 데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속적 관심과 지원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특히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대를 잇는 양궁사랑’은 한국양궁의 든든한 토대다. 정몽구 회장(오른쪽)이 양궁대표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기아자동차그룹
■ 현대차그룹의 대를 이은 양궁 사랑

정몽구 회장, 1985년 협회 맡으며 전폭 지원
스포츠과학 도입·대표선발전 정착 토대 닦아
2005년 정의선 회장 체제 출범 부친 뜻 계승
한국양궁 발전 350억원 투자 ‘든든한 버팀목’

한국양궁은 27∼28일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펼쳐진 2014인천아시안게임 남녀 컴파운드 개인·단체전과 남녀 리커브 개인·단체전 결승에서 모두 5개의 금메달(은3·동1개)을 거둬들였다. 2012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던 ‘신궁 코리아’의 힘을 또 한번 과시한 것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여러 국제종합대회에서 한국에 수많은 메달을 안긴 양궁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효자 종목’다운 성과를 냈다. 이 같은 한국양궁의 힘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한국양궁이 경쟁국들의 극심한 견제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세계 정상을 지킬 수 있는 데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속적 관심과 지원이 큰 밑거름이 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 정몽구(76) 회장과 정의선(44) 부회장의 ‘대(代)를 이은 양궁 사랑’은 한국양궁의 든든한 토대라는 평가가 양궁인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왼쪽 2번째)이 28일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벌어진 2014인천아시안게임 양궁 여자 리커브 개인전 결승을 관전한 뒤
대표팀 선수 및 코칭스태프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왼쪽 2번째)이 28일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벌어진 2014인천아시안게임 양궁 여자 리커브 개인전 결승을 관전한 뒤 대표팀 선수 및 코칭스태프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350억원 넘는 투자, 현대자동차의 ‘통 큰’ 지원

대한양궁협회는 늘 대한체육회 산하 경기단체들의 부러움을 산다. 빠듯한 예산 탓에 마음껏 사업을 집행할 수 없는 다른 경기단체들과 달리 양궁협회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어서다.

정몽구 회장은 1985년부터 1999년까지 양궁협회장을 지냈다. 협회장에서 물러난 뒤로도 줄곧 명예회장을 맡아 30년 가까이 국내양궁의 저변 확대와 인재 발굴, 첨단장비 개발과 도입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정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은 2005년 양궁협회장에 취임했다. 현대차그룹은 양궁협회에 1985년부터 2005년까지 약 170억원을 지원했고, 2005년 ‘정의선 회장 체제’ 출범 이후로는 180억원 넘게 후원했다.

금전적 지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과학적 시스템 도입에도 심혈을 기울여왔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선진적 양궁선수 육성·훈련 시스템을 고안해 한국양궁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대표적 사례가 ‘양궁의 스포츠과학화’다. 정몽구 회장은 스포츠과학이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 현대정공을 통해 레이저를 활용한 조준기가 부착된 훈련용 활을 제작토록 했다. 또 통계에 입각해 선수들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전산프로그램도 개발토록 했다. 실전과 동일한 조건에서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기법 역시 한국양궁의 경기력 향상에 크게 일조했다. 정몽구 회장은 고도의 정신집중이 필요한 양궁의 특성을 간파하고 심리전담 컨설턴트를 배치해 훈련에 활용토록 적극 권장하기도 했다.

치열한 대표선발전의 정착도 정몽구 회장의 주요 업적 중 하나다. 국내양궁대표선발전을 통과하는 것이 국제대회 금메달 획득보다 어렵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수차례의 평가전을 통해 대표선수를 엄선하기 때문에 이름값 있는 스타 선수들이 탈락하는 일도 비일비재하지만, 새 얼굴들은 ‘경험 부족’이라는 우려의 시선을 극복하고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곤 했다. 능력 위주의 대표선발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이룬 덕분이다.

현대차그룹은 양궁을 통한 스포츠외교에도 힘을 쏟았다. 정몽구 회장이 1989년부터 12년간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을 역임했고, 정의선 부회장도 현재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양궁은 경기력뿐만 아니라 외교력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고 있는 한국양궁은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저력을 과시하며 메달을 휩쓸었다. 27일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한 여자컴파운드대표팀(사진 왼쪽)과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한 남자컴파운드대표팀이 시상대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인천|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 minani84
현대자동차그룹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고 있는 한국양궁은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저력을 과시하며 메달을 휩쓸었다. 27일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한 여자컴파운드대표팀(사진 왼쪽)과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한 남자컴파운드대표팀이 시상대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인천|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 minani84

● 대를 이은 양궁 사랑…양궁인들 존경 받아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양궁대표팀 선수 및 코칭스태프와 긴밀한 스킨십을 유지하며 양궁인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양궁 관계자들은 “정의선 회장은 재벌 같지 않다. 편하게 볼 수 있는 동네 형, 오빠처럼 소탈하다. 그런 모습은 정몽구 명예회장과 비슷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몽구 회장은 양궁협회장을 맡던 시절부터 대표팀의 국제대회 출전 때면 어김없이 회식을 열어 사기를 북돋웠다. 대회 종료 후에도 성적과 관계없이 선수들을 격려했다. 세계선수권은 물론 해외전지훈련 때도 선수들이 음식 때문에 고초를 겪을까봐 한식을 직접 챙겨주는가 하면, 직접 맛본 맛있는 음식은 따로 포장해 선수들에게 보내주기도 했다. 이런 일화도 전해진다. 한번은 폴란드에서 선수들이 물 때문에 고생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스위스에서 물을 공수해줬다.

정의선 부회장의 양궁협회장 취임 이후에도 이 같은 세심한 배려는 이어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2008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에 MP4플레이어를 선물한 데 이어 2012런던올림픽 직전에는 “훈련에 활용하라”며 아이패드를 건넸다. 평소 국가대표선수들에게 책이나 스피커 등을 개인적으로 선물하곤 했던 정의선 부회장은 이번 인천아시안게임 기간 중 계양아시아드양궁장을 방문해 시설안전점검을 한 뒤 한국선수들이 출전한 예선 경기를 직접 관전했다. 대회 운영위원회에 “선수들이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안전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특별 부탁도 잊지 않았다. 아울러 금메달의 순간, 다시 현장을 지키며 선수들을 응원하고 격려하기도 했다. 금전적 지원뿐 아니라 진심이 담긴 애정과 관심으로 정몽구 회장-정의선 부회장 부자는 한국양궁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인천|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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