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아경기]
“고국 선수들 보면 고향에 온 느낌”… 이주 노동자와 결혼 이민자들
인천에 모여 즐거운 축제마당… 배구-배드민턴 표 구하기 전쟁도
#장면 1. 2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배드민턴 단체전 결승전. 오성홍기와 붉은 티셔츠 차림을 한 수백 명의 중국 팬이 연방 “자유(加油·힘내라)”를 외쳤다.
#장면 2. 27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한국과 필리핀의 남자 농구 경기. 5000여 명의 관중 가운데 절반 이상은 필리핀인이었다. 이들은 “Puso(푸소·심장·파이팅)”, “Gilas(길라스·농구 대표팀 애칭)” 등의 응원구호를 연호했다.
반환점을 돈 인천 아시아경기에서는 외국인들의 열띤 응원전을 경기장마다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대개 이주 근로자이거나 다문화 가족으로 원정 응원단과 한데 어울리기도 했다. 출신 국가는 중국 필리핀뿐 아니라 태국 네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다양하다.
이번 아시아경기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가속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다문화 분위기가 경기장 구석구석에도 스며들고 있다는 점이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1998년 14만7914명이던 등록 외국인 인구는 2015년 167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안전행정부는 2014년 7월 현재 79만 명 내외인 다문화 가족 수가 2020년에는 10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때는 이번 대회와 같은 외국인 단체 응원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2003년을 기점으로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 이민자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도 있다. 전체 외국인의 60% 이상인 60만 명 정도는 서울 경기 지역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아시아경기는 수도권 주요 도시에서 열리고 있어 주위에서 쉽게 경기장을 찾을 수 있는 영향도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취재한 뒤 이번에 다시 한국을 찾은 필리핀 ‘말라야닷컴’의 론 디 로스 레이어 편집장은 “예전과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대부분 한국에서 일하는 필리핀 근로자들이 자체 커뮤니티를 통해 농구장에 모인 것 같더라”라고 말했다. 배구장에는 태국 팬들이 1500명을 육박하기도 했다. 여자 배구는 태국에서 축구와 함께 최고 인기 스포츠다. 태국 팬들은 세팍타크로 경기장에서도 열성적인 응원으로 눈길을 끌었다. 한 태국 출신 이주 근로자는 “태국 선수를 보는 것만으로도 잠시나마 태국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동료들과 태국 음식도 나눠 먹으며 고향을 생각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배드민턴 코트에는 중국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외국인 팬들이 몰려드는 경기장은 일찌감치 입장권이 매진돼 표 구하기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필리핀의 농구 경기를 관전한 이자스민 의원은 “한국에서 축구 인기가 많은 것 이상으로 농구는 필리핀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필리핀인들이 미리 입장권을 확보해 단체로 경기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인천 아시아경기의 영문 슬로건은 ‘Diversity Shines Here(다양성이 여기서 빛난다)’다. 다문화가 꽃피는 경기장에서 더욱 실감나는 문구가 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