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는 아시안게임마다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종목이다. 그러나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선 1개의 금메달도 따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 같은 시련 속에서 한국정구는 더 강해졌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선 무려 5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세웠고, 30일 김형준(24·이천시청)과 김보미(24·안성시청)가 남녀 단식에서 각각 우승하면서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 집안싸움 벌어진 4강전이 사실상 결승!
김형준은 준결승에서 김동훈(25·문경시청)을 만났다. 둘은 한 치의 양보 없는 명승부를 펼쳤다. 치열한 스트로크 대결 끝에 김형준이 4-3(2-4 4-1 5-3 4-0 5-7 3-5 7-4)으로 승리했다. 오히려 결승은 싱거웠다. 김형준은 인도네시아의 쿠스다랸토 에디를 4-0(4-2 4-0 4-0 4-2)으로 일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에서 김형준이 승리하기까지는 고작 15분이 걸렸다. 김형준은 “(김)동훈이 형과의 승부가 사실상의 결승이었다. 멋진 승부를 펼쳐 결승에 올랐고, 형이 축하해줬다. 고맙게 생각한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보미는 준결승에서 김애경(26·농협)을 4-2(4-2 1-4 4-2 6-4 3-5 4-1)로 따돌리고 결승에 올랐다. 김보미는 결승에서 천후이(중국)에게 4-1(1-4 5-3 4-1 4-1) 역전승을 거두고 정상에 섰다. 김형준과 마찬가지로 김보미도 준결승에서 만난 김애경을 잊지 않았다. 김보미는 “언니의 몫까지 다 하겠다는 생각으로 결승에 나섰다. 부담이 있었지만 금메달을 목에 걸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 정구에 관심 가져주세요!
정구는 아시안게임마다 한국선수단에 꾸준히 메달을 안겨온 종목이지만, 대중의 관심에선 벗어나 있었다. 국내대회 때도 관중석은 늘 비어있다. 30일 정구 경기가 열린 인천 열우물테니스경기장에는 많은 관중이 찾아 선수들의 플레이에 박수를 보냈다. 관중의 환호는 선수들의 사기를 돋우는 원동력이 됐다.
김형준은 “정구의 인기가 많지 않아 관중이 있는 경기를 치러보지 못했다. 오늘(30일)은 관중도 많이 오고, 경기장 밖에서 알아봐주시는 분들도 많아 기분이 좋았다. 많은 분들의 격려를 받으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김보미는 “정구는 소프트하면서도 스릴 있는 경기다. 공을 칠 때 ‘팡, 팡’ 하는 소리가 나서 더 재미있는 종목이다. 아시안게임을 통해 많은 분들이 재미를 느끼셨으면 좋겠다.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며 정구에 대한 지속적 관심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