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우, 연장 후반 종료 1분 전 결승골 역대 최약체 평가 불구 AG 무실점 우승 24년 4강 징크스·북한전 열세 탈출까지
한국남자축구가 28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을 밟았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남자축구대표팀은 2일 문학경기장에서 펼쳐진 북한과의 2014인천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연장 후반 종료 1분 전 터진 임창우(대전)의 극적인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한국남자축구의 아시안게임 단독 우승은 1986년 서울대회 이후 처음이다. 앞선 2차례 우승(1970·1978년)은 버마(미얀마), 북한과의 공동우승이었다.
힘겨웠다. 역대 ‘최약체’라는 오명 속에 조별리그 3전승, 홍콩(16강전)-일본(8강전)-태국(4강전)을 격파하며 12골 무실점을 기록했으나 2% 부족했다. 윤일록(서울)-김신욱(울산)의 부상 이탈 여파였다. 이 감독은 변명 대신 결과로 입증했다. 엔트리 18명만으로 결승에 올라 당당한 승부를 펼쳤다.
● ‘성지’에서 얻은 기쁨
문학경기장은 2002한일월드컵에서 히딩크호가 16강을 확정하며 4강 신화의 초석을 닦은 한국축구의 또 다른 ‘성지’다. 이날 다시 4만7000여 홈 관중 앞에서 소중한 기억을 추가했다. 극심한 긴장감을 딛고 초반부터 기세를 올린 한국은 전반 20분 측면 날개 이재성(전북)의 부상으로 김영욱(전남)이 투입되는 변수를 맞았다. 다행히 위기를 잘 넘겼다. 후반 28분 북한 박광룡의 헤딩슛이 크로스바를 때렸지만 균형은 깨지지 않았다. 0-0에서 맞이한 연장전. 이미 북한은 이라크와의 준결승에서 연장 접전을 치렀다. 이광종 감독은 연장 후반 3분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오른쪽 종아리 부상을 털어낸 김신욱을 이종호(전남) 대신 투입했다. 김신욱의 투입 이후 북한은 전진하지 못했다. 결국 문전 혼전 상황에서 임창우의 짜릿한 결승골이 터졌다.
● 징크스 탈출&복수혈전
우승은 2가지 선물을 가져왔다. ‘4강 징크스’ 탈출이다. 한국은 1990년 베이징대회부터 2010년 광저우대회까지 지난 6차례 아시안게임에서 1998년 방콕대회(8강)를 제외하고 전부 4강에 올랐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동메달만 3개였다. 인천에서 이 모든 아쉬움을 털어냈다. 북한전 열세도 극복해 기쁨이 배가됐다. 올해 각급 연령별 대표팀이 북한에 전부 무너졌다. 9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16(16세 이하) 챔피언십 결승, 이번 대회 여자 4강전에서 한국은 북한에 잇달아 1-2로 역전패했다.
● 연이은 남북대결…세계의 관심 ‘후끈’
남녀축구에서 내리 남북대결이 성사되자, 전 세계의 관심도 뜨거웠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남북한의 대결은 국제스포츠계에서도 핫이슈였다. 외신 상당수가 최대 이벤트로 남자축구 결승을 꼽았다. 로크 촨 리(홍콩) 기자는 “북한이 최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궁금했는데, 인천에서 해소됐다”며 웃었다. 정치적 특수성으로 남북 관계에 늘 민감한 일본과 중국도 평소보다 훨씬 많은 취재진을 현장으로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