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대만과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전을 했으니까 5일의 시간이 흘렀건만 극적 금메달의 여운은 남아있었다. 넥센과 LG는 3일 긴 공백을 깨고, 잠실구장에서 잔여시즌을 재개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취재진을 보자마자 “(결승전 보다가) 죽는 줄 알았다”고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대표팀은 8회초까지 2-3으로 끌려가 패색이 짙었으나 8회말 1사 1·3루 황금찬스를 살려 대량득점에 성공, 6-3 역전승을 거뒀다.
그런데 이 천재일우의 8회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4번 박병호와 5번 강정호가 넥센 선수들이었다. 만에 하나 두 선수가 범타로 물러나 대표팀이 금메달을 못 따게 되면 패배의 책임을 면하기 어려웠다. 두 주축 선수가 치명적 내상을 입고 소속팀에 돌아오면 포스트시즌을 준비해야 되는 염 감독 입장에서 상상조차 하기 싫은 악몽이었다.
염 감독은 “TV로 봤는데 8회 때 나도 모르게 담배를 연속 5개 꽁초를 피고 있더라”고 웃었다. 두 타자는 결승전 1회 무사 만루 찬스에서도 연속 삼진을 당했기에 염 감독의 긴장도는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박병호가 볼넷을 얻고, 만루 기회를 만들어냈다. 이어 강정호가 몸에 맞는 볼을 얻어내 귀중한 동점을 뽑아냈다. 이 순간, 염 감독의 마음도 풀어졌다. 자기 선수들이 큰 상처를 입을 뻔한 고비를 넘긴데다 흐름 상, 역전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실제 맥이 빠져버린 대만을 상대로 대표팀은 나성범의 역전 땅볼, 황재균의 쐐기 2타점 적시타로 흐름을 장악했다.
박병호 역시 “8회 또 아무 것도 못했으면 류중일 감독님 찾아가서 ‘바로 집에 가겠습니다’라고 말하려고 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마음고생도 있었지만)이제 다 좋은 추억이 됐다”고 박병호는 떠올렸다. 금메달을 딴 덕분에 되찾은 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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