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 딛고 ‘아시아 퀸’ 오른 손연재
‘진통제 투혼’ 김연아 떠올리게 해… 빼어난 미모-악바리 근성 비슷
리듬체조 첫 올림픽 메달 가능성… ‘연아언니처럼 되고 싶은 꿈’ 실현 눈앞
결국 웃었지만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0·연세대)가 2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아경기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상대 위에서 환하게 웃던 손연재는 애국가가 흐르자 눈물을 훔쳤다. 손연재는 “그동안 고생했던 것들이 생각나서 눈물이 났다. 표현은 안 했지만 매트 밖에서 너무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사실 손연재는 1일 개인종합 예선 겸 단체전에서 경기 도중 복통으로 경기를 포기할 뻔했다. 세 번째 종목인 리본 연기 도중 심각한 복통을 겨우 참아내며 연기를 마쳤다. 2011년부터 손연재의 전담 트레이너로 활동해온 송재형 송피지컬트레이닝센터 원장은 “연기를 마치고 의무실로 가서 주사를 맞을 정도로 매우 고통스러워했다. 마지막 종목인 곤봉에서 통증을 견디면서 연기를 펼치는 것이 안쓰러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송 원장은 “국내에서 열리는 큰 대회인 데다 금메달을 꼭 따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고 전했다. 송 원장은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김연아(24·고려대 대학원)의 피겨 여자 싱글 금메달을 함께 일궜다.
손연재의 투혼은 자연스럽게 ‘피겨 여왕’ 김연아를 떠올리게 한다. 김연아는 2008년 고관절 부상으로 진통제를 맞으면서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3위를 했다. 당시 김연아는 출전 포기를 생각했을 정도로 부상이 심했다.
손연재와 김연아는 줄곧 비교가 됐다. 둘은 비슷한 시대에 한국에서 태어난 미모의 운동선수다. 피겨스케이팅과 리듬체조는 종목은 다르지만 여성의 미를 최대한 드러낸다는 공통점도 있다. 인터넷에서도 손연재와 김연아를 비교하는 수많은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름이 헷갈려 두 사람의 이름이 합쳐진 ‘손연아’, ‘김연재’라는 검색어도 있을 정도다.
물론 손연재와 김연아를 선수 경력만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올해 소치 겨울올림픽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김연아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선수였다. 김연아는 한국 피겨스케이팅 선수로는 최초로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2009년과 2013년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항상 압도적인 점수 차로 경쟁자를 누르고 각종 국제대회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어쩌다 한 번 은메달을 따면 화제가 될 정도였다.
손연재는 아직 세계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결선에 올라 5위를 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지난달 후프 동메달을 딴 것이 최고 성적이다. 하지만 손연재는 순위를 끌어올리는 것이 매우 힘든 리듬체조 종목에서 기대 이상으로 잘하고 있다. 국내에서 비인기 종목으로 꼽혔던 리듬체조도 널리 알렸다.
가장 중요한 점은 손연재의 성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손연재는 계속 발전 중이며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이번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발판으로 2년 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딸 가능성도 높였다.
대중적인 인기에서도 손연재는 김연아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인기의 바로미터인 광고 출연 수입으로 보면 손연재는 떠오르는 별이다. 김연아는 광고 출연만으로도 한 해 약 100억 원을 벌어들인 특급 스타다. 손연재의 광고 수입은 한 해 약 30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광고업계는 앞으로 손연재의 가능성을 높이 보고 섭외 1순위로 점찍고 있다. 김연아의 바통을 이어 받아 손연재가 세계 최고 자리는 물론이고 ‘국민 여동생’으로 등극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연아 언니처럼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던 소녀의 꿈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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