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적인 4강 도전을 이은 짜릿한 끝내기. SK 박정권(왼쪽)이 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NC와 경기 1-1로 맞선 2사 1·2루에서 1회부터 마운드를 지킨 이재학을 상대로 끝내기 안타를 친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문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NC전 이재학 상대 개인 첫 끝내기 안타 4위 LG 추격 ‘미러클 스토리’ 진두지휘 박정권 “끝낸다는 생각으로 집중했다”
SK에는 ‘가을 DNA’가 있다. 풍부한 포스트시즌 경험 덕분인지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만 되면 유독 선수들이 강해지는 것을 빗대 하는 말이다. LG와 4위 한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SK에 다시 가을 DNA가 발동하고 있다. 그 중심에 박정권이 있다.
박정권은 7일 문학 NC전에서 1-1로 맞선 9회 2사 1·2루서 잘 던지던 상대 선발 이재학을 상대로 끝내기안타를 쳐냈다. 끝내기안타 기록은 개인 1호, 시즌 31호, 통산 895호다.
이날 SK 타자들은 이재학의 호투에 막혀 8회까지 1점도 내지 못했다. 점수는커녕 안타도 2개밖에 치지 못 하며 쩔쩔 맸다. 그러나 역시 야구는 9회 2아웃부터였다. SK는 9회 1사 1·3루서 ‘가을동화’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조동화가 스퀴즈번트로 동점을 만들더니 이후 SK 대표 ‘가을사나이’ 박정권이 끝내기 안타를 때려냈다.
SK로서는 의미 있는 승리였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한층 높인, 값진 승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SK가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미러클 스토리’도 가능하다. SK는 7월까지 4할 초반대 승률을 거두며 8위에 그쳤다. 사실상 순위싸움에서 멀어졌다는 평가를 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그러나 SK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8월 한 달간 12승8패로 무섭게 승수를 쌓아가더니, 9월 아시안게임 브레이크까지 11경기에서 7승4패하며 4위 싸움에 뛰어들었다.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4위 LG를 가장 위협하는 팀으로 급부상했다.
SK의 상승세에는 중심타자 박정권을 빼놓고 논할 수 없다. 6월까지만 해도 2할대 타율을 기록했던 그였지만, 7월부터 타격감을 끌어올리기 시작하더니 8월 타율 0.383·4홈런·17타점, 9월 타율 0.432·3홈런·13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이날은 팀 순위싸움에 결정적인 경기에서 영양가 만점의 적시타를 때려내며 수훈선수가 됐다. 시원한 바람처럼 호쾌한 스윙으로 만들어낸 귀중한 한 방이었다.
박정권은 경기 후 “내 앞에 나간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로 찬스 상황을 만들어줬는데 4번타자로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며 강한 책임감을 드러내고는 “최근 방망이가 잘 맞아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있었고, 끝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타석에서 집중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안 중요한 경기가 없지만 4강 싸움을 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끝내기안타가 나와서 기쁨이 배가 된다”며 남은 경기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