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거 野]타격왕 만들어주기, 이번엔 없겠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8일 03시 00분


서건창-최형우 등 0.350 이상 5명


▷시즌 막바지 타격왕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7일 현재 타율 0.350 이상의 타자만 넥센 서건창(0.369), 삼성 최형우(0.368), 한화 김태균(0.360), 롯데 손아섭(0.358), 넥센 강정호(0.354) 등 5명이다. 국내 프로야구 사상 한 시즌에 2명 이상의 3할 6푼대 타자가 나온 것은 2009년(LG 박용택 0.372, 롯데 홍성흔 0.371)뿐이다. 팀당 4∼8경기만 남겨 놓고 있는 상황이라 이변이 없다면 이들 가운데에서 타격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타격 부문 가운데 홈런, 타점, 득점 등은 타석에 많이 나올수록 유리하다. 하지만 확률을 따지는 타율은 그렇지 않다. 일단 규정 타석(팀 경기×3.1)만 채워 놓으면 감독의 적극적인 개입 또는 묵인하에 관리가 가능하다. 가장 흔한 게 ‘치고 빠지기’다.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는 차이로 타격 1위가 되면 남은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는 것이다. 팬들이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보고 싶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치고 빠지기’에 ‘방해하기’가 보태지면 얘기는 달라진다.

▷꼭 30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1984년 삼성 이만수는 일찌감치 타점왕과 홈런왕을 예약했다. 문제는 타율. 정규리그 2경기를 남겼을 때 이만수는 타율 0.340으로 2위 롯데 홍문종(0.339)에 0.001 차로 쫓기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삼성의 남은 2경기 상대는 롯데였다. 당시 삼성 김영덕 감독은 9월 22일 롯데전에서 이만수를 뺐다. 그리고 홍문종을 5타석 연속 고의볼넷으로 걸렀다. 이튿날 열린 마지막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만수는 없었고 홍문종은 4타석 연속 고의볼넷으로 출루했다. 2경기 합쳐 9연타석 고의볼넷. 이만수는 국내 프로야구 최초로 타격 3관왕을 차지했지만 최우수선수(MVP)는 되지 못했다. MVP는 롯데 투수 최동원이 차지했다.

▷최근의 ‘치고 빠지기’와 ‘방해하기’의 결합은 2009년에 있었다. 9월 25일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앞두고 타격 1위 LG 박용택의 타율은 0.374, 2위 롯데 홍성흔은 0.372였다. 당시 LG 김재박 감독은 박용택을 뺐다. 그리고 홍성흔을 4연타석 볼넷으로 거르게 했다. 결국 박용택(0.372)은 0.001 차로 홍성흔을 제치고 타격왕이 됐지만 “연예인들이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지 이해가 됐다. 사람 만나기가 두려울 정도였다”고 얘기할 정도로 팬들의 거센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아마 이만수보다 그가 훨씬 힘들었을 것이다. 1984년에는 인터넷도, 휴대전화도 없었으니까.

▷‘마지막 4할 타자’인 미국 메이저리그의 테드 윌리엄스(보스턴)는 1941년 시즌 마지막 날 연속경기를 앞두고 타율 0.39955였다. 반올림을 하면 타석에 안 나가도 4할 타자의 영예를 얻을 수 있었고, 감독부터 출전하지 말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마지막까지 4할을 치지 못하면 나는 4할 타자의 자격이 없다”며 악천후에도 출전을 강행해 2경기에서 8타수 6안타를 치며 타율 0.406으로 시즌을 마쳤다.

▷과거와 달리 ‘집단 체제’로 가고 있는 올 시즌 타율 경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적어도 위에서 거론했던 ‘방해하기’가 등장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일단 경쟁자가 있는 팀끼리 만나야 방해를 하든 말든 할 텐데 서건창과 최형우가 만나는 것은 8일 목동경기가 마지막이다. 최형우와 김태균도 13일 대전 경기만 남겨 놓고 있다. 정규리그 마지막 이틀(17, 18일) 동안에는 타격왕 후보가 속한 팀끼리의 대결이 없다. 2014년 타격왕 경쟁은 그래서 더 흥미로울 것 같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타격왕#서건창#최형우#김태균#손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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