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옛 현대의 마지막 3년(2005∼2007년) 동안 수원구장에 출근 도장을 찍다시피 했던 나는 그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제발 초구 좀 치지 말라”고 소리치고는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통계 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송지만은 실제로 30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가운데 초구에 방망이를 휘두른 비율(타격, 헛스윙, 파울)이 41.0%로 가장 높다. 그가 초구를 때리고 나서 허무하게 죽고 나면 ‘역시 그럴 줄 알았다’며 그를 비웃었다.
그것만 싫었던 게 아니다. 득점권(주자 2루 이상)에서 송지만이 타석에 들어서면 ‘스텔스 모드’라고 조롱하고는 했다. 왜 하필 득점권에서 존재감이 사라지는 그에게 찬스가 걸렸느냐며 짜증을 부린 것. 그가 타율 0.271을 쳤던 2005년 그의 득점권 타율이 0.202에 그친 게 근거였다. 이미 경기가 기운 상황에서 그가 적시타를 치면 ‘꼭 이렇게 기록 관리를 한다’며 그를 깎아내렸고, 진짜 찬스에서 적시타를 쳐도 내겐 ‘장님이 어쩌다 문고리 잡은 격’일 뿐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3차전 때 마지막 홈 송구를 보며 그에 대한 생각을 고쳐먹었다. 모두가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며 포기한 연장 14회말,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있는 힘껏 공을 던졌다. 포수 박동원(24)이 제자리만 지키고 있었다면 두산의 3루 주자 정수빈(24)을 잡을 수도 있던 송구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게 끝이었다. 송지만은 올 시즌 단 한 번도 1군 경기에 출장하지 못한 채 7일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소식에 그의 통산 성적을 훑어봤다. 그리고 이미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애써 외면했던 진실과 마주했다. 맞다. 송지만은 프로야구 33년 역사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선수다.
가장 눈에 띄는 기록은 누타수(Total Bases)였다. 단타∼홈런을 치면 각 1∼4를 더하는 이 기록에서 송지만은 3186으로 역대 3위다. 양준혁(3879)과 이승엽(3262)만이 그보다 누타수가 많을 뿐이다. 송지만(311홈런)은 프로야구에서 여섯 번째로 300홈런 고지를 돌파했고, 그처럼 타점(1030점)과 득점(1019점)에서 모두 1000점을 넘긴 선수는 6명뿐이다. 그를 프로야구 역사상 열 손가락에 드는 타자라고 평한 대도 틀리지 않은 말이다.
하지만 송지만은 실제로 18년을 프로야구에서 뛰면서 그럴 듯한 타이틀을 하나도 딴 적이 없다. 한화에서 뛰던 1999년 3루타 1위(11개), 2000년 장타력 1위(0.622)를 차지한 게 그가 제일 높은 곳에 선 두 번의 경험이다. 게다가 ‘무관의 제왕’이라는 이미지마저 양준혁에게 뒤진다. 그는 미움이 아니라 안타깝다며 동정을 받아야 할 선수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KBO에 초구를 때렸을 때 타율이 가장 높은 선수가 누구였는지 문의했다. 송지만이 0.380으로 1위였고, 초구를 공략해 홈런을 날린 것도 역시 송지만이 70개로 가장 많았다. 통산 득점권 타율 0.275 역시 통산 타율 0.282와 큰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현역으로 뛸 수 있어 행복했다”던 그에게 이제야 나는 부끄럽게 고백한다. 지금껏 그를 응원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그리고 늘 오해로 판단해 정말 미안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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