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 교정 주력…“정말 열심히 했다” 새 드라이버로 비거리 늘리기 성공 캐디 미니스터와 눈빛만 봐도 척척
“모든 게 완벽하다.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첫 우승 이후 2번째 우승까지 무려 1년 5개월이 걸렸다. 긴 시간이었지만 자신을 더욱 강하고 단단하게 만든 시간이 됐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프라이스닷컴오픈에서 우승한 배상문(28·캘러웨이)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늘 자신감 넘치고 배짱 두둑한 모습이었지만, 이번에는 또 달랐다. 우승을 위해 흘린 땀이 달랐기 때문이다.
배상문은 8월 말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1차전 바클레이스를 마치자마자 귀국했다. 9월 말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1개월 조금 넘게 국내에 머물며 휴식 대신 스윙 교정과 훈련에 몰두했다. 친구들을 만나거나 여행을 다니던 예전과는 크게 달랐다.
가장 먼저 흐트러진 스윙을 바로잡았다. 프랑스계 캐나다인 스윙코치 알렝 윌슨과 잘못된 스윙을 교정하는 데 집중했다. 배상문은 미국에서 새 스윙코치를 만나 팔의 사용을 줄이고 몸통 회전을 이용한 스윙으로 바꿨다. 그러나 빨리 적응하지 못하면서 샷 감각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이번 휴식기 동안 예전의 스윙을 되찾는 데 주력했다. 배상문은 “정말 열심히 했다. 지난 시즌 너무 마음고생이 심했던 탓에 마냥 쉴 수만은 없었다. 이런 내 마음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이어져 흘린 땀이 아깝지 않다”고 밝혔다.
새로 선택한 드라이버도 배상문에게 믿음을 심어줬다. 배상문은 특히 클럽에 예민하다. 손에 잡았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창고에 넣어둔다. 1년에 10번도 넘게 클럽을 바꾼 적도 있다. 이번에는 달랐다. 캘러웨이골프의 후원을 받고 있는 그는 새로 출시된 빅버사 베타(미국 버전은 빅버사 V3)를 손에 쥐자마자 골프백에 담았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지난해 288야드였던 평균 거리는 이번 대회에서 299야드를 넘겼다. 평균 11야드가 늘었다. 확실한 무기를 갖게 됐다.
캐디와의 호흡도 척척 맞았다. 배상문의 캐디 맷 미니스터는 미국 진출 이후 줄곧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지난해 첫 우승 때도 미니스터가 배상문의 곁을 지켰고, 부진에 빠져 있는 동안에도 함께 고민했다. 배상문은 “함께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많이 의지하게 된다. 이번 대회에서도 캐디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우승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마지막 4라운드에선 캐디가 시키는 대로만 했다. 말도 잘 통하고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됐다”고 설명했다.
모든 것이 완벽해졌다. 배상문은 “이제는 정말 잘할 자신이 있다. 개막전에서 우승했으니 내년에 더 많은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 내년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배상문은 16일(한국시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서머린 골프장에서 열리는 슈라이너스 호스피털오픈에서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이후 귀국해 경미한 부상이 있는 왼쪽 무릎 치료에 전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