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배구…오빠 리더십…여자배구가 돌아왔다

14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4-2015 V리그 여자배구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6개팀 선수들과 감독들이 선전을 다짐하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날 많은 감독들은 우승후보 1순위로 IBK기업은행을 꼽았다. 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 @minani84

■ NH농협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 “빠르고 끈기 있는 배구”
디펜딩챔피언 GS칼텍스 거침없는 플레이 자신
각 팀 감독들, IBK기업은행 우승후보로 꼽아

홍일점 감독의 ‘거미줄 배구’와 30대 감독의 ‘오빠 리더십’이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에서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14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4∼2015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각 팀 사령탑은 점잖은 겸손함과 솔직함 속에서 상대 팀을 은근슬쩍 견제하는 노련함을 선보였다.

●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 “빠르면서 끈기 있는 거미줄 배구 하겠다”

새내기 감독의 패기는 달랐다. 명해설가 출신으로 올 시즌 흥국생명 사령탑에 오른 박미희 감독은 신인상, 최우수선수 6회 수상, 1990베이징아시안게임 은메달 등 화려한 선수생활을 했다. 영리한 플레이와 상대 허점을 파고드는 재치로 ‘코트의 여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감독으로 꺼내든 색깔은 여우가 아닌 거미였다. 박 감독은 “밖에서 봤을 때는 비시즌이 참 길게 느껴졌다. 그러나 팀에 들어오자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갔다. 선수들과 함께 열심히 준비했다. 상대팀이 흥국생명만 만나면 ‘너무 지긋지긋해’, ‘힘들어’, ‘까다로워’ 그런 느낌을 받게 하겠다”며 “빠르면서도 끈기 있는 배구, 한마디로 표현하면 거미줄 배구를 하겠다”고 말하며 감독 첫 해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색깔을 당당하게 말했다.

1975년생으로 유일한 30대 사령탑인 양철호 현대건설 감독은 ‘오빠 리더십’을 꺼냈다. 양 감독은 “감독들 중에서 (제가) 가장 어리다. 선수들과 나이차도 그만큼 적다. 최근 팀이 침체돼 선수들이 많이 힘들었는데 함께 훈련하며 하나 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감독이 어리다고 우승 못 하는 건 아니다”고 선언했다. 곧장 ‘삼촌 리더십을 보여줄 다짐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양 감독은 “오빠 리더십”이라고 힘주어 답했다. 곁에 있던 현대건설 주장 염혜선은 “저와는 나이차가 있어서 오빠는 아니고 삼촌인 것 같다”고 웃으며 “감독님이 그만큼 선수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고 마음을 열기 위한 것”이라며 기대했다.

● “IBK기업은행이 우승후보 1순위” 한목소리

두 신인 감독의 패기 속에 각 팀 사령탑은 IBK기업은행을 올 시즌 우승후보로 지목하며 경계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IBK기업은행을 꺾고 정상에 오른 GS칼텍스 이선구 감독은 “IBK기업은행의 전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포문을 열었고 서남원 도로공사 감독도 “IBK기업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이 서로 접전을 벌일 것 같다”며 부추겼다. 다른 감독들도 IBK기업은행을 우승후보로 꼽으며 집중 포화 연합전선을 즉석에서 구축했다.

앞서 “미디어데이에서 우승후보로 꼽히면 정작 시즌에서는 1위를 못 하더라”는 말을 먼저 꺼냈던 이정철 IBK감독은 막상 자신의 팀 이름이 가장 많이 불리자 “우리가 공공의 적이 된 것 같다”며 “모두들 부담을 많이 주는데 일본 전지훈련을 마치고 오늘을 위해 태풍을 뚫고 날아왔다. 시즌 때도 거침없이 나가 보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끈 GS칼텍스 이선구 감독은 디펜딩챔피언이지만 플레이오프 진출 후보 팀을 묻는 질문에 GS칼텍스를 꼽지 않았다. 대신 “3개월 동안 대표팀을 맡느라 소속 팀을 많지 지켜보지 못했다. 꼭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이겨내서 정상을 지키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